모젤의 거인과 무림의 셰프
3일 차
빵집 탐험을 갈까 하다가 숙소에서 아침을 먹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상쾌한 아침 공기 가득한 테라스에는 우리밖에 없었다.
모젤 강을 따라갈 수도 있었지만 강이 S자로 구부러지는 구간이다 보니 구글맵은 산을 가로질러 가라고 했다. 넓게 탁 트인 길도 있었지만 설악산으로 넘어가는 가파른 산길처럼 엄청나게 굴곡진 도로를 지나서 푄더리히에 있는 클레멘스 부쉬 와이너리에 도착했다. 이번에도 예상보다 이동 시간이 많이 걸려 조금 늦었다.
전통적인 목재 골조에 문양이 그려진 예쁜 건물이 클레멘스 부쉬 와이너리였다. 창문이 작아서 그런지 실내는 약간 어두웠다. 헤르만이라는 늙은 개가 나를 아주 좋아하며 따라다녀서 고맙기도 하고 집에 두고 온 개 생각도 났다.
클레멘스 부쉬는 5대째 운영 중인 와이너리와 이름 (아버지, 할아버지, 등 모두 클레멘스)을 물려받아 아내 리타 부쉬와 함께 유기농 방식으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모젤에서 혁신의 상징인 그는 토양의 특징에 따라 포도밭을 구분해서 역사적인 이름으로 다시 명명했다. 와인병 캡에도 토양에 포함된 점판암의 색깔이 드러난다. 뛰어난 드라이 와인이 가장 유명하지만 스위트와 스파클링도 훌륭하다.
클레멘스 부쉬는 토질과 자연을 순수하게 표현하는 와인을 생산한다는 철학을 실행하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또한 생물학적 다양성과 지속가능한 생산방식을 고수하며 독보적인 와인을 만들어낸다.
포도밭에서 막 돌아온 그는 쾌활하고 친절하게 언니에게 악수를 청했다. 기분 좋게 사진 촬영에 응해주는 사람 좋은 주인장은 순수한 자연에서 느낄 수 있는 편안하면서 강렬한 에너지를 머금고 있었다.
강을 따라 있는 마을들은 거의 다 유명한 산지였고 중심 마을들은 아주 작고 아기자기하게 예뻤다. 어디든 외부에 목조 골조가 드러난 전통 가옥들이 있어서 헨젤과 그레텔이 사는 마을 같았다. 그런데 피슈포르트에는 그런 예쁜 집들도 많지 않았다. 시골길 포도밭 사이를 지나 비포장도로가 강과 만나는 곳에 우리 숙소가 있었다. 1층 식당 테라스에서는 동네 할머니와 할아버지로 보이는 손님들이 담배를 피우며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마을 사랑방 같은 호텔 알트 라인슈포트Alt Reinsport의 소박하고 작은 방에서는 폭이 아주 좁아진 모젤 강도 보였다.
모젤에 있는 레스토랑 샨츠Schantz는 속소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였다. 운전 걱정 없이 와인도 마음껏 마실 수 있다고 좋아하기엔 주량이 원수였지만.
모젤에서 식당과 와이너리를 운영하는 집안에서 태어난 토마스 샨츠는 다른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경험을 쌓은 다음 가업을 이어받았다. 메뉴는 프렌치에 가깝지만 모젤의 맛을 환상적으로 표현한다.
그 작은 마을에서 그렇게 섬세하고 우아한 요리들을 만날 줄은 몰랐다. 물론 미슐랭 별 두 개를 거저 얻을 수는 없겠지만 평가와 상을 떠나 모든 음식에 열정과 완벽주의, 그리고 배려가 녹아있었다. 그런 셰프가 우리에게 악수를 청했다.
시음노트 instagram@seoulse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