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다이어트 2화 : 연출 본능

by 김은형

다이어트 기간에 한정식 식사 초대를 받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다 알 것이다. 갈비찜과 오리고기로 한상 떡 벌어지게 나온 음식들을 종류별로 분류해서 먹을 것과 먹지 말아야할 것을 결정하고 선택적으로 먹는다는 것은 평소 융합적인 사고와 균형잡힌 밸런스를 중시하는 나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상에 차려진 모든 음식들을 조화롭게 모두 다 먹기로 결정하고, 다이어트 챌린지에 올릴 사진은 샐러드를 비롯한 야채 쪽만 프레임을 잡아 연출해서 인증 샷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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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도대체 나는 왜 다이어트를 한다고 약속했던 것일까? 차라리 이렇게 음식을 먹을 때마다 죄의식에 시달리지 말고, 자신을 거짓말쟁이로 만들지 말고, 다이어트 챌린지를 그만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 나의 누드한 욕망들에 끊임없이 사로잡히고 끌려 다니면서 도대체 무슨 다이어트를 하겠다는 말인가? 욕망이 누른다고 가만있을 존재인가? 그리고 인증샷을 연출해서 찍어 올리는 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가? 그런데 신기하게도 사진을 찍으면서 겪는 이런 갈등들이 식욕을 떨어트리는 효과가 있다. 한마디로 나 자신의 간교함과 허접함에 밥맛이 똑 떨어지는 것이다. 내가 나를 비하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거침없이 정직한 거다.

그래도 오늘은 내가 먹는 음식을 내가 스스로 어떤 감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지에 대해 깨어있다. 평소보다 적은 양을 먹었고, 되도록 야채를 더 많이 먹으려고 애를 썼다. 그리고 내가 음식을 맛으로 먹는지, 습관적으로 먹는지를 관찰한다. 나는 정말 배불리 먹는 것을 좋아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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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생각 속에 밥을 먹다보니 나는 음식을 맛으로 먹지 않고 습관적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각성이 찾아오고, 사실은 배 부른 포만감을 정말 싫어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런데 도대체 왜 이렇게 하루 종일 먹어대는 것일까? 오늘은 더 이상 생각하기 싫다. 암튼 식사과정에서 15kg을 감량했다는 분과 다이어트를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것도 무의식적으로 폭식하지 않는 것에 도움이 되었다.


오늘은 식사 시간에 다이어트를 주제로 해서 대화하며 식사하는 것이 폭식을 막을 수 있겠다는 지혜를 얻었다. 그리고 점심을 많이 먹었기 때문에 초저녁 까지 배가 별로 고프지 않았고, 새벽부터 일정이 바빠서 피곤함에 일찍 잠을 잔 덕분에 저녁을 건너뛸 수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몸무게를 재보니 58kg으로 다시 1kg쯤 내려갔다. 새벽요가만 하고 서울일정 때문에 서두르느라 걷기를 하지 못했더니 마음에 걸림이 생긴다. 하지만 난 운동하는 것이 정말 싫다. 일단 싫다는 마음이 깔려있으니 요가나 걷기가 내겐 어마어마한 신념이요 결단력이며 행동력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싫은 마음을 누르며 결심해서 할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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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싶다는 욕망을 누르고, 운동하기 싫다는 욕망을 누르고... 억압된 심리가 조화로운 생각과 마음과 행동을 촉발시킬리 만무하다. 요가 선생님 말씀처럼 그 고통의 시간을 즐겨야하는데..... “다리 찢기의 고통을 더 오랫동안 유지하고 그 안에 있고 싶다.” 와 같은 더 즐거운 일로 만들어야하는데... 그렇다면 먹는다는 것은 살이 찌는 나쁜 행동이라는 생각에 집중하면서 다이어트를 하기보다, 나는 날씬한 몸과 명쾌한 두뇌상태를 좋아한다는 긍정적인 생각에 집중하며 다시 도전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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