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파나마 다이아몬드 마운틴 내추럴

나는 카페 서래수 커피를 마신다. 13

by 김은형


파나마 다이아몬드 마운틴 내추럴 (Panama Diamond Mountain Natural) 커피봉지에서 쏟아지는 깍쟁이처럼 반듯하고 세련된 느낌의 커피 콩알들에 마음을 몽땅 빼앗긴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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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원두가 이토록 번듯하고 잘생겨도 되는 걸까? 칼 라거펠트가 새하얀 셔츠에 블랙 타이를 단단하게 동여매고 샤넬 패션쇼에서 관객에게 손을 흔드는 모습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버질 아블로의 패션 브랜드 ‘오프 화이트’ 모델들의 캐주얼한 품격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


커피콩이 진짜 예술적으로 커팅된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하고 사랑스럽다. 하지만 맛은 부드럽고 젠틀한 영국신사에게 받는 에스코트처럼 부드러움과 신선한 신맛이 입안을 감돈다. (상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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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마시는 파나마 다이아몬드 마운틴 커피도 카페 서래수 마스터가 수많은 커피를 시음하고 선택한 원두일 것이다. 그래서 나처럼 커피에 별다른 상식이 없는 사람이 언제라도 맛있는 커피를 믿고 마시고 싶다면 단골 카페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다.


18세기 말 영국은 어느 계층에 속하건,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 단골 커피하우스가 있었고, 각 커피하우스가 그 사람이 속한 사회를 말해주기도 했다. 법률가들은 최초의 커피하우스 <파스카 로제>가 단골 카페였고, <조너선>은 무역상, <로이스>는 선박업자, 성직자는 <차일드>, 정치가는 <세인트 제임스> 커피하우스를 단골로 삼아 자신들만의 삶의 스타일을 대변했다.


커피하우스에서 해운사업이나 비즈니스 또는 정치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였던 단골손님들의 욕구가 커지면서 신문과 잡지는 물론 로이스 커피하우스(1680 오픈)를 모태로 로이스 사 와 같은 막강한 금융회사도 만들어지게 되었다는 것은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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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 카페를 선택하는 문제는 이제 ‘보이지 않는 학교’에 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코로나로 세계가 디지털 온라인 시스템으로 급전환되면서 카페는 다시 영국의 커피 하우스처럼 사람과 정보가 집결되는 ‘보이지 않는 학교’의 역할도 겸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카페의 보이지 않는 와이파이가 공간에서 격리되고 단절된 손님들을 연결하고 스스로 배우는 학교가 된다. 유튜브는 이미 전 세계인의 학교가 되었다. 대학 때 커피숍에서 논문을 쓴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았던 기억이 새롭다. 이제 단골 카페에서 공부하거나 업무를 보는 사람들은 ‘엉뚱한’ 사람이 아닌 ‘일반적’인 사람이 되었다. 1988년도의 몰상식이 2022년엔 상식이 된 것이다. 삶이란, 또 역사란 그런 것이다. 끊임없이 변화되며 성장하거나 쇠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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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와 같은 대기업 브랜드 체인점을 단골로 찾는 사람과 로컬 카페를 찾는 사람들의 니즈와 삶의 스타일은 다르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디지털 플랫폼의 광고들이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규정하고 변화시키듯이 카페 또한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주도하는 하나의 플랫폼이자 광장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카페를 존속케 하는 커피라는 매체는 단순하지 않다. 쌀과 밀 같은 주식도 아니면서 매일 마시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무엇이자 문화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커피를 다루는 회사들만이 아니라 건강식품과 푸드 산업에 임하는 다양한 영양학 관련 기업들의 조언에 담긴 모순과 일관성에 대해서도 리터러시가 필요하다.


푸드와 푸드산업은 엄연히 다르다. 푸드가 브랜드화되면 빈곤과 영양실조, 삼림파괴와 사막화 같은 환경문제와도 밀접하게 연결되기 시작한다. 식품에 대한 많은 통계 중 우리는 어떤 통계를 절대적 기준으로 삼아야 할까? 영양학은 선과 악의 이분법을 사랑한다.


비타민은 미덕이고 커피와 설탕은 악인가? 안전하다는 모든 영양제와 식품의 메시지가 강력한 경제적 이해관계와 맞물려 과학과 건강의 언어로 포장된 채 강력한 글로벌 대기업의 온라인 플랫폼을 타고 집으로 배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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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음직스러운 것과 맛있는 것은 다르다. 신선해 보이는 것과 신선한 것은 다르다. 음식이란 브랜드로 증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다루는 사람으로 증명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카페 서래수 커피를 마시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마스터의 커피 원두의 엄선된 큐레이션이다.


어떤 커피를 마셔도 대체로 ‘좋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뿐만 아니라 커피를 큐레이션 하는 마스터의 자세와 태도가 ‘좋은 커피’가 우선 기준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커피를 팔지만 커피를 공경하고 커피라는 하나의 식품을 인격적으로 존중하며 심지어 손님의 그날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내어 주는 커피의 품도 다르다.


차란, 단순히 마시는 음료가 아니라 마음의 품위를 닦는 서리에 씻긴 청초한 소화처럼 그것을 마시는 순간 삶의 주인이 되고 차의 주인이 되며 우주적 평화를 얻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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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 싱저우 백유완에 붉은 대홍포를 담아 마시든, 검은 파나마 다이아몬드 마운틴 커피를 담아 마시든 하얀 백자에 고인 정갈한 찻물에 혼탁한 세파의 먼지를 씻어 품격 있는 인간으로 다시 재생되는 것이다.


차와 음식이란 바로 이렇듯 몸과 마음을 세포부터 새롭게 정화시키며 하루하루의 에너지가 되어 삶을 고양시키는 생명의 근원이다.


사람과 음식을 소중히 여기는 그 어떤 구석진 카페라도 단골손님이 될 수 있다면, 바로 그곳이 우리가 품위를 닦는 차의 주인이 되는 유쾌한 신세계가 될 것이다.


“teas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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