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
오늘도 난 부질없는 장난을 걸고야 말았다.
대답이 없을 것을 알면서도 그냥 부질없는 말장난이 하고 싶어 졌다.
할 일을 미뤄 둔 사람들의 현실도피라고나 할까?
늦은 수업을 마치고 아이들은 왁자지껄 교내 식당으로 달려 나갔다.
그러나 나는 식당으로 달려가지 않는다.
배가 고프지 않아서가 아니다.
이곳에 더 이상 머물 이유가 없어서일 뿐.
어둠은 서서히 운동장을 감싸기 시작했고, 교무실도 이미 형광등의 느릿한 빛으로 밝혀진 지 오래다.
그래도 난 식당으로 달려가지 않는다.
뭔가 아직도 다 끝내지 못한 일들에 대한 정리로 여전히 이 자리를 맴돌고 있을 뿐.
그러나 정리되지 않는다.
어쩜 사람들 말처럼 난 일 중독인지도 모른다.
사랑을 이렇게 중독이 되도록 했더라면 지금의 내 인생은 얼마나 더 풍부할까?
퇴근 전에,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다시 한번 생각한다.
좀 더 많이 사랑하며 살아야 할 것 같다고........
그래서 나는 식당으로 달려가지 않는다.
집으로 달려 나갈 채비가 늦어지고 있을 뿐
나는 식당으로 달려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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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 그녀는 교사였다.
어려서부터 선생님들께 꾸중을 많이 들었던 나는 그녀가 교사라는 사실 자체에 조금 주눅이 들었다. 아니, 조금 더 솔직히 말하자면 왜 하필이면 그녀는 교사일까? 하는 원망마저 생겼다. 그리고 나의 답 글에 관심조차도 없는 듯한 그녀는 분명 선생이라 그런 것이라는 삐뚤어진 속단까지 해버렸다.
메아리가 없는, 답글이 없는 그녀의 2004 블로그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리고 스스로 괜한 상상을 하고, 그것에 화를 내고 있는 나 자신이 어이없어졌다.
교무실에 벌 한 마리 들어왔다.
그러나 그는 바로 옆에 열린 창문을 찾지 못하고, 닫힌 창문만을 향해 돌진한다.
창문 너머 창공을 향해 돌진한다.
하지만 그는 나갈 수 없다.
훤히 내다보이는 유리창 너머의 세계가
투명한 유리창으로 가로막혀 있다는 사실조차도 모르는 듯....
마치 내 모습 같았다.
한 생각 바꾸면 곧바로 드넓은 창공으로 날아오를 수도 있을 텐데..
벌은 여전히 벽으로써 존재하는 유리창에 몸을 던지고 상처 받는다.
나도 곧 문밖으로 나가 활개를 펼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내가 내다보는 세계는 다만 가상의 세계일 뿐 나와 창공 사이에 가로놓여있는 투명한 유리벽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욱더 그 벽은 높아진다는 것도....
드디어 벌이 창공을 난다.
수없이 유리벽에 부딪혀 상처를 안았지만, 그는 창공을 향해 날개를 펄럭거린다.
나도 그와 같이 날아야지.....
하고 생각하며 웅크리고 앉아
날아오르는 그를 본다. 벌을 본다.
그녀의 새 글을 보며 그녀는 사실 가상현실의 대상일 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비로소 화가 난 마음이 가라앉는 것 같았다. 그녀가 나와 함께 할 수 없는 가상의 대상이라는 사실도 어쩌면 나에겐 벽일 것이다. 그녀가 유리창을 바라보며 느꼈던 그 너머의 가상의 세계에서만 그녀는 나에게 허락된다.
만약 내가 벌이었다면 그녀 앞에 날아올라 그녀를 느낄 수 있었을까? 그녀에게 있어 나의 존재는 정형화된 네모 틀의 답 글 안에서만 확인된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이 잠시 나를 흔든다.
지난 토요일에 서울에 갔다.
문화포럼 간담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목포에서 올라오는 무궁화호 기차는 내 게으름 때문에 서울까지 좌석이 없었다. 그래서 좌석이 있는 천안까지만 예매를 하고 역에 가서 티켓을 끊으니, 천안에서 서울까지 좌석이 나왔다. 기쁜 마음으로 기차에 올라 간담회 참고자료를 읽어가며 정신없이 시간을 달렸다.
드디어 천안, 6호차에서 8호차로 옮겨갔다.
그러나 내 자리에는 이미 할머니 두 분이 앉아계셨다.
창가에 앉으신 할머니는 내가 쭈뼛거리자 '내 자리 맡아요."라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셨고, 안쪽에 앉으신 할머니는 나에게는 눈길 한 번도 돌리지 않으시고 도시락으로 싸오신 듯한 쑥 송편을 나무젓가락으로 해체하여 분해하고 분석하며 천천히 드시고 계셨다.
논문을 더 빨리 읽어내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제 자리인데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 할머니의 송편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우리 엄마라면 분명히 논문을 서서 읽는 한이 있더라도 엄마를 자리에 앉으시도록 하였을 것이다.
그래서 난 혼자서 속으로 포기했다. 그리고 서서 논문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사람 마음은 참으로 얄팍하다. 논문을 읽는 중에도 할머니의 너무도 느린 송편 먹기가 내내 신경이 쓰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급기야 수원쯤에 가서는 할머니가 얄미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어있었다. '제 자리인데요' 하고 말하기에는 말이다. 그즈음 할머니의 송편 먹기는 끝이 났고, 주머니를 뒤져 승차권을 꺼내 자신의 표를 살펴보기 시작하셨다. 난 순간 갑자기 잔인한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의 승차권에서 입석이라는 말을 찾아내어 분명 할머니가 앉으신 자리에 주인이 있다는 것을 확인시키고 싶다는.... 어이없는.... 그야말로 내 안의 적이 화장을 하고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있다가 돌연 그 포악하고 악마적인 얼굴을 드러내고 말았던 것이다.
그런데 할머니의 표는 좌석 표였다. 바로 옆 칸에 할머니 할아버지와 손녀가 셋이 앉아 있었는데, 알고 보니 할머니의 자리는 바로 그 좌석 중 하나였던 것이다.
이런 이런 경박한 인간 같으니라고... 쯧쯧쯧...
송편을 드시던 할머니도 알고 보니 자신의 자리를 양보하셨던 것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것도 모르고 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일부러 떡을 천천히 먹고 있다는 억측을.....
정말 한심했다. 나 자신이... 그리고 도대체 난 뭘 배운 것일까? 이런 내가 아이들 가르쳐도 되나? 하는 등등의 복잡한 심상이 스쳐갔다.
문화나 교육을 논하기 전에 인성 재교육을 받아야겠다는.....
어쩌면 저라도 그렇게 생각했을 겁니다. 그런데 서울분이 아니셨나요? 시골에 사시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