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5일 월요일. 사랑편지 아닌 사랑편지
아름인 분명 사랑편지가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분명 사랑편지가 맞노라고 나도 말했다.
내가 다니는 한의원장님 따님 아름이는 초등 3학년 내 친구다.
우린 대체로 파티를 같이 기획하고 진행하는 파트너다.
우리가 함께 진행한 대표적인 파티는 아름이가 기획하고 내가 플래너가 되었던
아름이네 가족과 엄마 아빠 직장 동료분들을 위한 < 장기자랑 파티>였다.
참석하신 어른들이 상금 만원을 타려고 얼마나 열심히 준비하셨는지
혼신의 힘을 다해 젓가락 춤을 춘 나도 간신히 인기상으로 코코넛 향 샴푸를 받았다. 하하하
이제 10살 된 아이가 어찌나 야무지게 진행을 잘하던지....
아름이가 추석 연휴에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면서 카드를 정성껏 색칠해서 보내왔다.
“목욕가운 선생님께/ 재주도 잘 갔다 왔어요/ 선생님은 추석 때 무엇을 하셨나요?
즐거운 시간 보내셨어요?/ 곧 만나길 기대해요 ^^ 2020년 10월 4일 일요일 최아름 올림”
아름이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가운 스타일 코트를 입고 있었다. 그때부터 아름인 나를 목욕가운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하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옷도 나이트가운과 목욕가운이긴 하다.
암튼 어쩌다 이토록 찐한 사랑을 받게 된 걸까? 하트가 자그마치 14개다. 하하하.
아름이 엄마 폰으로 감동의 카톡을 날리니 바로 전화가 왔다.
“선생님! 제 편지 받으셨어요?”
“아름아! 선생님을 너무너무 사랑해줘서 고마워! 하트가 14개나 되네?”
“아니에요! 하트는 그냥 그렸어요. 다른 사람한테 줄 때도 하트로 꾸며요”
“엉? 그럼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 거야? 그럼 우리 헤어져 ㅋㅋㅋㅋ”
“그래요! 또 헤어져요.”
“너 그럼 핼러윈 파티 같이 안 할 거야? 생일 선물은 받고 헤어져야지”
“아! 그럼 곰인형 선물 받을래요.”
도대체 아름이와의 대화는 시작도 없고 끝도 없다.
어쩌면 우주적 대화란 아름이와 나의 끝도 시작도 없는 이야기들처럼 맥없이 싱거운 말들의 향연이 아닐까?
오늘 제주도에서 산 행운의 팔찌를 하고 학교에 갔더니, 수학 문제도 잘 풀리고, 그림도 잘 그려지고, 싸울 뻔한 친구와의 순간도 잘 모면하고, 지각해도 문제없이 넘어갔고, 엄마가 일어나라고 할 때 벌떡 일어났고, 좋아하는 알로에 음료수까지 마셔서 기분이 너무너무 좋았단다.
아~~~~ 나도 일기에 아름이처럼 하루 종일 재수 좋았던 일들만 써보고 싶다..
무엇보다 아름이처럼 좋아하는 알로에 음료수 한 병에 저토록 행복해 보고 싶다.^^
아이의 사랑스러운 카드 편지 한 장으로 참 충만하게 행복하고 아름다운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