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일기 12일

2020년 10월 7일 수요일. 눈에서 파랑 광선이 쏟아진다.

by 김은형


눈에서 파랑 광선이 쏟아진다.

잠도 하루 종일 쏟아진다.

이토록 애쓰며 살지 않아도 되는데

어쩌면 과유불급의 욕망을 불태우며 달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자신을 좀 편안하게 내버려 둬도 될 텐데

나는 늘 나 자신을 몹쓸 욕망의 잣대로 충동질한다.


“넌 좀 더 의롭게 쓰여야 하고,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어야 하고, 가치로운 일을 해야 하고, 세상을 변화시켜야 하고,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생각해서 글로 써야 하고, 네가 가진 재능을 잘 써야 하고, 기왕이면 풍요와 번영도 누려야 하고, 날씬도 해야 하고, 이마에 주름 하나 없이 반듯한 젊음으로 예뻐져야 하고, 사람들에게 멋지고 유능하다고 인정도 받아야 하고, 폼 나게 살아야 하고, 더 노력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고..”


내가 무엇인가를 해야만 하는 이유는 끝이 없다.

하지만 내가 나를 충동질하는 이유 중 '나만의 행복과 평화'는 찾아볼 수 없다. 느긋하고 여유로운 존재 자체의 평화는 없다. 그냥 멈춰서 조용히 내려앉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데.... 누군가에게 쓰이기 전에 나 자신부터 평온하고 행복한 상태로 지켜가야 하는데.......

함께 봉사하는 누군가의 질타가 다시 메아리가 되어 돌아오는 순간이다.


“ 돈도 되지 않는 책을 뭐하러 쓰면서 개고생 해?”


아~~~

가끔 진실한 말은 화를 불러일으킨다.


화난다.

아마도 그의 말은 진실일 것이다.

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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