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은 2년여 전, 가장 친한 친구와 함께 여수 여행을 떠나던 날 비행기에서 친구가 찍어준 제 모습입니다. 이 친구와 단둘이 여행을 가는 것은 처음이어서, 너무 설레는 마음에 전날 밤 3시간도 자지 못했어요. 잠을 못 잔 덕분에 여행 첫날부터 아주 피곤했던 기억이 납니다. 2박 3일의 여정이었는데, 아주 특이하게도 첫날이 제일 피곤했어요. 김포공항에서 여수행 비행기에 오르자마자, 저는 일회용 온열 안대를 꺼내 들고 친구에게 말했습니다.
"나 좀 쉴게..."
그리고선 안대를 쓰고 눈을 감았는데, 별안간 웃음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옆자리에 앉은 친구였습니다. 웃음을 빵 터트린 그는 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저도 사진을 보고 웃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얼굴에서 가릴 수 있는 부위란 부위는 다 가린 모습이 묘하게 웃기더라고요. 눈은 안대로, 코와 입은 마스크로, 귓구멍은 무선이어폰으로... 게다가 마스크 줄과 귓불에 착용한 링귀걸이까지. 어지럽기 그지없었어요.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모습을 찍을 거라면서 호기롭게 창가 자리를 선점하고 기뻐했던 저는, 이륙하기도 전에 보기 좋게 곯아떨어져 버렸습니다.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이미 여수공항에 착륙한 뒤였죠. 여행 출발 전날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잠을 잘 자야겠다는 교훈을 얻은 여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