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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메밀 Oct 24. 2023

친구들과의 시간에 감사하기

한강에서, 대학 동기들과


    고등학생이었을 때부터, 대학에서의 인간관계에 대해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대학 친구는 밥 친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라는 말이었습니다. 사는 곳도 가깝고 생활 반경도 비슷한 무리들로 이루어졌던 중/고등학교 또래 집단과 달리, 서로 다른 개성의 사람들이 모인 '대학 동기'라는 집단은 매우 특이했던 기억이 납니다. 주위를 관찰해 보면 친한 듯하면서도 거리를 두었고, 서로 시간에 여유가 있을 때만 관계가 유지되는, 비즈니스적인 관계들이 대부분이었다고 해야 할까요? 


    그렇지 않아도 내성적인 편이라 중고등학생 시절에도 매년 첫 학기 적응을 힘들어했던 저는, 처음 겪는 대학생활 그리고 기숙사 생활에 허덕이느라 같이 밥 한 끼 할 친구조차 만들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개강 첫 주의 화요일이나 수요일 즈음이었을까요, 이렇게 외롭게 생활하고 싶지 않았던 저는 정말 큰 용기를 내어, 같은 전공을 듣는 동기들의 무리에 먼저 다가갔습니다. 


    처음엔 낯설어하던 동기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같이 있을 때 모두가 즐거워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알고 보니 제가 가까워지고 싶었던 이 친구들은 고등학교 동창이라 서로 이미 친밀한 사이였는데, 제가 접근했고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무리에 녹아든 것이었죠. 그렇게 1학년, 2학년을 같이 보내며 마음과 생각을 나누는 깊은 사이가 되었습니다. 대학에서도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를 사귈 수 있다는 사실에, '뭐야, 대학 친구는 비즈니스적인 밥 친구 정도라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게 되었어요.


    이 사진을 찍은 날은, 오랜만에 이 친구들과 만난 날이었습니다. 저학년이었던 우리는 각자 졸업생, 다른 학교로의 편입생, 마지막 학기를 보내는 학부생이 되어 있었어요. 반포한강공원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같이 보냈던 대학 시절의 이야기도 하고, 서로의 근황도 묻다 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가 버렸습니다. 같은 대학의 같은 전공생으로 만나, 이제는 각자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신기하면서도 어딘가 슬프기도 했어요. 매일 만나던 사이에서 1년에 몇 번 겨우 만나는 사이가 됐고, 매번 서로의 근황을 전하기에도 시간은 부족합니다. 


    만날 때마다 달라져 있는 나 자신과 친구들의 모습을 마주하는 것은 언제나 어색한 것 같습니다. 20대 중반인 지금도 이렇게 생각하는데, 나이가 들면 이 어색함에 적응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습니다. 


    오후 다섯 시 무렵, 셋이 나란히 누워 구름이 떠 있는 하늘, 바람에 흩날리는 버드나무 잎, 파랗게 흐르고 있는 한강을 보고 있자니,  아직 이렇게 서로가 궁금하고 보고 싶은 사이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에 참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같은 풍경을 보며 감상을 나눌 수 있다는 것에도 고마움을 느끼게 되고요. 


    이런 생각들을 하며 찍은 사진이 이 사진입니다. 어느덧 2023년도 가을이 깊어지고 해가 짧아져 한강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지는 못했지만, 소중한 사람들과의 시간에 행복을 느낄 수 있었던 감사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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