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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단 Nov 10. 2020

된장국 하나면 되지~

반찬수와 엄마의 사랑은 비례하지 않는다.




된장국




예람아.

된장국 안에는

할머니도 있고

할아버지도 있고

엄마도 있어.



예래야.

된장국 안에는

땅도 있고

바다도 있고

하늘도 있네.



된장국은 정말 크다.

예람이보다 크고

예래보다 넓고

엄마보다 깊어.

우리 아기 뱃속으로 들어가서

더 커져라.

더 넓어져라.

더 깊어져라.



차곡차곡 쌓인 마음먹고

쑥쑥 자라라.





된장국에 밥 한술 말아서 뚝딱!



찬바람이 불면, 아이들 콧구멍에서 누런 코가 겨울 마중을 나옵니다. 마중 안 나와도 오는데....'겨울아 어서 와. 두 콧구멍 벌려 너를 환영한다.' 마중 나온 푸진 코들을 받아내는 것은 엄마의 몫. 엄지와 검지로 연신 코밑을 훑어줍니다. 물로 깨끗이 씻기고 빨개진 코밑에 연고도 바르면... 또 마중 나왔네?! 코 닦다가 하루가 다 갑니다.


벌써 밥 시간.

점심 뭐 먹지?


냉장고를 열어 어제 먹다 남은 된장국을 주섬주섬 꺼내는 엄마는, 왠지 미안한 마음. 친정 엄마가 보시면, '애 아픈데 영양가 있는 것 좀 해줘라.' 하고 핀잔을 주실 테지만. 이것이 지금 나의 최선입니다요. 따뜻하게 데운 된장국에, 역시 오늘 아침에 먹다 남은 찬밥 한 술을 훌훌 말아 아이 점심을 준비합니다. 밥상 치우는 것도 귀찮으니, 밥그릇 하나, 숟가락 하나 들고 거실에 마주 앉지요. 쭈뼛쭈뼛 점심상을 내미는데.....옴마? 꿀떡꿀떡 잘도 먹네요. 아구 이뻐 내 새끼!


밥그릇에 코를 박고 된장국을 들이켜는 아이를 보고, 아이 뱃속으로 뭐가 얼마큼 들어갔나 셈을 칩니다.


'된장국 안에는 뭐가 들었더라? 가만 보자....

친정 엄마표 집 된장에,

친정 아빠가 장에 가서 사 오신 새우에, 멸치에,

푹 삶은 시래기, 감자, 양파, 애호박.....

그 걸 다 넣어 보글보글 끓인 나의 정성 한 스푼까지'


하나하나 머리 위로 띄워 보는데요. 세상에! 된장국에는 참 좋고 귀한 것들이 많이 들어있었네요. 아까 미안해한 것 취소.


'그렇다. 나는 미안하지 않다.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반찬 수와 엄마의 사랑은 비례하지 않는다!!!'


밥 하나 국하나.

쏘 심플 식단이지만, 들 거 다 들어있었네요.

맛나게 먹으니 더할 나위 없고요.


소박하게 먹고 자란 아이가,

더 맛나게 먹는 아이로 자랄 것이라고

혼자 우겨보면서,


오늘의 육아 일기 끄읕~ :)





저녁엔 아빠가 삼겹살을 구워주었어요. 밥이랑 고기. 역시 쏘 심플 :)



오늘 지은 된장국 시를 읽어주니,

큰 애가 아주 재미있어하네요. 


"엄마, 된장국 안에 할머니가 어떻게 들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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