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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단 Apr 10. 2021

날아라, 아기 코딱지!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몸짓





우리 아기 고 쪼끄만 콧구멍에

코딱지가 삐죽-

엉덩이를 내밀고 있는 거라.



요 녀석 봐라~

우리 아기 콧바람 타고

나왔다가 들어갔다가

나왔다가 들어갔다가

아주 신이 났네.





요놈!

우리 아기 콧구멍에서

썩 나오지 못하겠느냐 ~~~




엄마는 얼른 손가락을 치켜들고

코딱지 궁둥이를 살살살살 간지럽히지.



아니 근데, 그 코딱지가

우리 아기 콧구멍 속으로

홀랑 들어가 버리네?




아구아구,

이를 어째 이를 어째!

엄마는 고 코딱지만 한 녀석을 놓칠까 봐 아주 난리가 났어. 이 손가락 저 손가락 바꿔가면서 열심히 찔러보지. 근데 아무리 찔러봐도 그게 들어가나 어디.



'엊그제 새끼손가락 손톱은 자르지 말아야 했어... '

하고 시무룩해져 있는데.



 그때!





우리 아기 손가락이 고개를 번쩍! 들더니

그야말로 아주 우아하게

그 쪼끄만 콧구멍 속으로

쏘옥~ 들어가는 게 아니겠어?

그러고는 그 코딱지 녀석을 홀랑 데리고 나오지.






퓌융~

코딱지 발사~!



와 ~

아름다워 ~~~



엄마는 그 아름다운 장면을 보고 생각했어.

우리 아기는 혼자서도 잘 한다고.

우리 아기 안에 모든 답이 있다고.



그래서 엄마는 아기를 믿기로 한 거지.

답은 이미 아기 안에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

우리 아기의 그 우아한 몸짓을 엄마는 보았으니까.



아이를 키우다 보면 아이에게 크고 작은 문제들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부모가 아무리 애가 닳고, 골머리를 싸매도 좀처럼 답이 보이지 않을 때가 많아요.


우리는 어른의 입장에서 아이를 바라봅니다. 그리고 어른의 해결책으로 아이의 문제를 풀어 주려고 애를 쓰지요. 그래서 당신은 그 문제들을 잘 풀고 있냐고요? 아니요 아니요. 저는 아직 풀지 못한 문제들이 너무 많습니다.


어느 날, 저희 집 둘째 코에 코딱지가 달랑달랑 매달려 있길래, 제 손가락으로 코딱지를 빼 주려고 했어요. 근데 아기 콧구멍은 너무 작고, 제 손가락은 그에 비해 너무 굵다 보니, 코딱지가 되려 더 깊숙이 들어가 버리고 만 거예요.


아우. 저 작은 콧구멍에 코딱지까지 박혀 있으면 얼마나 답답할까 싶어, 이리저리 찔러 대보지만, 이건 뭐 영 답이 없어요.


근데, 그때! 아이가 그 작은 손가락을 콧구멍에 쑥 밀어 넣고는, 아주 기분 좋게 코를 파는 게 아니겠어요?



그때의

그 우아함이란!



그 우아한 아이의 몸짓을 보고 생각했습니다. 문제를 푸는 사람은 내가 아니구나. 아이의 문제는 아이 스스로가 제일 잘 풀 수 있는 거구나 하고요.


그때의 그 우아함을 잊지 않으려고요.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는 이미 아이 손에 쥐어져 있다는 것을 항상 기억해야겠습니다.



멀리 멀리 날아라,

아기 코딱지.


퓌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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