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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단 Dec 22. 2020

부지런히, 킁킁!

호구름이 떴다!




호구름


          

                                            
호오-

떴다!

호구름이 떴다


엄마 위에 앉아라

엄마 위로 내려라


후~

하고 달큰한 바람을 불어라


호오

동글동글 예쁘기도 하지


프으

산들산들 보드랍기도 하지


우리 아기 이마 위에

호구름이 떴네


우리 둘이 두 볼 위로

호바람이 지나가네





엄마 코, 나가신다~! 거기 있거라~ :)



예래야, 엄마 호오~해줘.

엄마 여기 아야 해.


프! ……○◎●

(떴다, 호구름!)


아, 달콤해~

예래는 좋겠다.
입 냄새도 달콤해서 예래는 좋겠다.


…………………○……………○………●…


아기들은 어쩜 이렇게 냄새까지 예쁠까요.

갓 지은 흰쌀밥처럼 하얗고 뽀얀 냄새들이

몸 여기저기에서 피어오릅니다.


엄마는 아기 몸 여기저기에  코를 박고

연신 킁킁대지요.

하다못해 입 냄새까지 좋다니까요.


예래야, 아~해봐!


재빠르게 입속으로 코를 찔러 넣고, 킁킁!


아~ 좋은 냄새~ 예래야, 엄마 호~도 해줘.

픟!

아직 호는 어려운지 'ㅎ를 가득 담은 프'

짧고 단호하게 불어 주네요.


으악!

이렇게 달콤한 바람을

엄마는 아직 맞아본 적이 없다!

조금만 더 길게 불어주면 안 되겠니~


프..픟...프흐...푸우…∴


동그란 호, 기다란 호, 구부렁 호.

작은 입으로 띄워 놓은 호구름을 찾아서
작은 입에서 불어 오는 호바람을 찾아서

엄마 코는 오늘도, 부지런히 '킁킁'이지요.


지금의 냄새를 제 몸속에 부지런히 담아 놓으려고요사진처럼 냄새도 기억으로 남으니까요.


언젠가 같은 냄새를 우연히 만나게 되면
언젠가 같은 구름과 바람을 만나게 되면

지금의 시간들이 선물처럼 그 자리에 흐르겠지요.


잘 담아두고
잘 기억해두고 싶어서

엄마는 오늘도


'부지런히, 킁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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