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저근막염 판정을 받은 뒤로 평이 좋은 신발을 여럿 구해서 신어보고 있다. 물론 중고로. 나도 신발처럼 몸에 닿는데다 세탁이 쉽지 않은 물건은 기왕이면 새것을 쓰고 싶지만 돈이 없는 걸 어쩌겠는가? 15만 원을 호가하는 신발을 이 브랜드 제품, 저 브랜드 제품 하나씩 사서 시험하는 건 어지간한 유튜버나 갑부가 아닌 다음에야 불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신뢰성이나 위생 문제가 다소 마음에 걸리더라도 가격 앞에서는 마음을 바꾸지 않을 수가 없다. 정가 20만 원 쯤 하는 물건을 2만 원쯤에 구할 수 있다면, 심지어 겉보기에 별 문제도 없어 보인다면 다른 문제는 적당히 제쳐놓게 되는 게 사람 마음이다. 아니, 설문조사 따위를 한 것도 아니니까 ‘적어도 나는 그런 편’이라고 정정하자. 아무튼 나는 과도할 정도로 중고 제품에 의지해서 사는 사람이라 보편적인 사람으로서의 대표성은 다소 부족하겠지만, 사람이란 보통 한정된 기회를 놓치는 데에서 큰 손해를 느끼게 되어 있다고 하니 잘못된 생각은 아닐 것이다.
깊은 관심을 가지고 오랜 기간 살펴보니, 신발이란 물건은 중고 시장에서 상당히 독특한 성질을 갖는 매물이었다. 무엇보다 어지간히 정가가 비싼 신발이라도 가격이 엄청나게 떨어지곤 한다. 옷도 그런 경향이 있고 전자제품도 간혹 이게 이렇게까지 싸게 팔리나 싶은 매물이 종종 있는 편이지만, 신발은 정말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싼 매물이 많다. 나는 중고 거래의 주의점 중 하나로 ‘특별한 이유 없이 시세보다 너무 싼 매물은 주의할 것’을 주장하고 다니는데, 이 주의사항이 신발에 한해서는 전혀 들어맞지 않는다는 것을 근래에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그 예로, 나는 발이 본격적으로 아프기 전에 아디다스의 울트라부스트가 좋다는 말을 듣고 중고 울트라부스트 3.0을 4만 원에 샀다. 정가가 20만 원쯤이니 제법 괜찮은 구입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불과 며칠 뒤에 울트라부스트를 채용한 다른 라인업인 노마드 모델을 줍고 말았다. 중고로는 3만 원쯤 하는 물건으로, 더 패셔너블할 뿐더러 심지어 신어보니 3.0보다 편하고 잘 맞았다. 그리하여 주워온 이 녀석을 주로 신게 되었는데…… 갑피가 흰색 천이라 흙먼지를 잘 빨아들이는 게 매우 난감했다.
무슨 문제를 처리할 때 돈이 덜 드는 방법부터 고려하는 나의 기본 습성대로라면야 자주 빨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주워와서 세척해 보니 흰색 천으로 된 운동화를 깨끗이 빤다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특히 주름이 잡히는 부분을 따라 배긴 희미한 얼룩은 아무리 솔질을 해대도 도무지 지워지지 않아서 숯을 희게 빨아 오라는 명령을 받은 전래동화속 주인공이 된 기분이 들 지경이었다. 결국 빨래를 집어치우고 아예 세탁소까지 가봤는데, 거기서도 주름의 얼룩은 지울 수 없다고 선언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잘 안 진다는 것이다.
아무리 흰 신발이 깨끗하고 화사하고 예쁘다고 생각하더라도 이런 고생을 해보면 우수에 찬 흡혈귀처럼 어둠의 품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 없다. 나는 흰 신발을 깨끗이 유지할 방법을 찾는 대신에 일상용으로 신을 검은색 노마드 모델의 중고 매물을 찾아내서 구입했다. 이 녀석은 울퉁불퉁해서 때가 잘 끼기로 악명 높은 울트라부스트 중창 부분도 검은색이라 관리가 너무나 편했고, 심지어 발에도 더 잘 맞았다. 게다가 가격은 고작 23000원. 덕분에 족저근막염 대책은 사실상 끝났다고 할 만했다. 처음부터 이 녀석을 샀다면 딱 2만원 정도로 골치 아픈 매매와 비교 없이 모든 게 깔끔히 끝났을지도 모르겠다.
중고 신발 가격은 어째서 이렇게까지 떨어지곤 하는 것일까? 나는 요 몇달간 이 현상을 매우 신기하게 생각하며 이유를 고민했는데, 내 발에 맞지 않는 나이키 트래킹화를 장터에 내놓은 뒤로 값이 한없이 내려가는 걸 지켜보는 동안 구매자와 판매자 양쪽의 생각을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신발의 가격이 한없이 떨어질 수 있는 이유는, 결정적으로 그것이 별로 없어도 상관없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신발이라는 문명의 이기가 다 쓸모없는 사치재라는 급진적인 주장은 아니다. 중고 매물이 된 신발이 그렇다는 말이다. 생각해보면 스마트폰으로 중고 거래 앱을 들여다보는 사람 대다수가 당장 신고 다닐 신발 정도는 보유하고 있기 마련이라 절실한 구매욕을 느낄 이유가 별로 없다. 화면이 깨져 사용이 매우 불편해진 스마트폰 같은 물건과 경우가 너무 다르다. 게다가 어지간한 신발은 대체할 물건이 얼마든지 있으니 더욱 그렇다. 유행이나 옷차림에 맞춰 특정한 형상의 신발을 구하려는 사람, 혹은 나처럼 발이 아프거나 스포츠에 필요해서 특수한 신발을 찾아야만 하는 사람이 아닌 다음에야 어떤 신발을 반드시 사야할 절실한 이유 같은 건 없다.
심지어 신발이란 물건은 실제 크기에 비해 점유하는 공간이 매우 넓고, 신발장이나 현관이 아닌 곳에 보관하기가 꺼려지는 탓에 보유 가능한 갯수가 상당히 한정적이다. 재미로 티셔츠 한 장 사듯이 사서 일단 넣어둘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마다 맞는 크기도 각기 다르고 세탁도 매우 성가신 물건이라 선뜻 남에게 양도할 수도 없다. 요컨대 살 때마다 짐이요 업보라 제법 신중하게 사게 된다는 말이니, 남이 신던 신발을 품질에 비해 좀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사는 사람은 드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신발을 중고로 처분하고자 하는 이는 아름답거나 희귀한 디자인으로 승부하든지 러닝화, 트래킹화처럼 용도가 확실해서 ‘저걸 사면 분명 나에게 득이 되겠다’는 느낌을 줘야만 하며, 그렇지 못하면 매물은 모두에게 외면당한 채로 품질에 비해 가격이 끝없이 떨어지고, 나처럼 소심한 판매자는 물건의 가치와 자신의 장사 수완을 모두 의심하는 형벌을 받게 되는 것이다.
내가 올린 나이키 트래킹화도 바로 그런 운명이었다. 검은색과 회색의 조합으로 색상이 예쁜 것도 아니고, 나이키의 유명 제품들처럼 누구나 패션화로 즐겨 신을 디자인도 아니며, 나이키의 대표 기술인 에어나 특수 소재 중창이 들어가 그것을 신는 것만으로 러닝이나 트래킹이 수월해질 거라는 기대감을 주는 것도 아니었다. 상당 부분 재생 소재를 사용했다는 것만이 이 제품의 특장점인데, 중고 제품을 쓰는 사람은 그것만으로 이미 재생 소재 제품 구매보다 더 나은 방식으로 환경에 기여한 셈이라 이 제품을 사서 지구를 지켜달라는 식으로 팔 수도 없었다. 추세를 보면 아마 공짜로 줘야 가져간다는 사람이 좀 나오지 않을까 싶다. 물질 과잉의 시대에 범속한 신발을 판다는 게 이렇게 힘들다.
그런 한편으로 신발을 파는 게 힘든 만큼 사는 건 쉽다는 게 그나마 희망적인 부분이다. 나이키의 한정판 모델이나 고가 모델은 중고라는 단어 자체를 비웃듯이 비싸거나 심지어 정가보다 오히려 더 비싸진 경우도 있긴 하지만, 희소하지 않은 모델을 적당선에서 찾기로 작정하고 사이즈와 가격을 설정해 검색하면 무난히 잘 신을 수 있는 괜찮은 신발이 얼마든지 있다. 이 신발 구경에 맛을 들이면 헤어나오기가 힘들 지경이다. 나도 족저근막염을 핑계로 신발을 벌써 여러 켤레 샀기에 단호히 말할 수 있다.
다만 중고 거래라는 게 원래 그럴 수밖에 없듯, 중고 신발 구매도 조심할 부분이 적지 않다. 아니, 다른 품목의 중고 제품보다 조심할 부분이 더 많은 것 같기도 하다. 일단 무엇을 보고 신발의 전반적인 상태를 짐작할 수 있을까? 나는 사진에서 밑창 뒤축과 안쪽 뒤꿈치 부분(갑보)를 먼저 본다. 이 두 부분이 가장 먼저 닳는 부위이기 때문이다. 뒤축은 체중을 실어 바닥을 찍는 부분이니 당연히 먼저 마모되고, 뒤꿈치 부분은 신을 신고 벗을 때 강하게 쓸리는 만큼 빠르게 구멍이 난다. 따라서 이 부분들이 멀쩡하다면 신발의 전체 수명도 큰 문제가 없다는 뜻이 된다. 자동차의 주행거리 표시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러나 믿어 의심치 않았던 이 부분만 믿을 일이 아니라는 걸 또 근래에 들어 알게 되었다. 별점이 높고 정직한 판매자라 하더라도 누가 묻지 않은 부분을 먼저 얘기하지는 않기 마련이고, 신발을 신어보거나 잘 살펴보지도 않고 처분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신발 안쪽 갑피는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더라도 발가락이 닿는 부분은 닳아 있을 때도 있다. 어지간히 오래 신지 않은 다음에야 이 부분이 문제가 될 정도로 닳지 않으며 여기가 닳더라도 갑보가 먼저 터지기 마련인데,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얼마 전에 타이어의 반도 안 되는 값에 산 골든 구스 스니커즈는 갑보가 스웨이드 재질이라 멀쩡했던 데 비해 새끼발가락이 닿는 부분은 조만간 구멍이 날 판이었다. 그러니 마음 같아선 구매 전 문의를 할 때 신발 안쪽도 사진을 보여달라 하고 싶지만, 신발의 깊은 곳은 신발끈을 다 풀어서 혀를 뒤집어 까기 전에는 사진 찍기가 매우 어렵다. 판매하는 입장에서 생각해봐도 이런 짓은 별로 하고 싶지 않다. 신발 밑창의 상황을 보고 말로 묻는 게 그나마 최선이 아닌가 싶다.
판매자가 세탁을 깨끗이 해놨다는 말 역시 별로 믿을 일이 아니라는 것도 몇 번의 경험으로 깨달았다. 한번은 평점도 좋고 제품 상태도 설명도 믿을 만한 판매자가 깔끔히 세탁하고 판다는 신발을 사서 깔창을 바꾸려고 보니 이게 웬걸, 깔창 끝부분에 막대한 양의 먼지가 뭉쳐 있었다. 신발 가게에서 봤다면 나는 물론이고 직원까지 순간 얼어붙을 만한 수준의 먼지였다. 발가락쪽에 뭉쳐서 달라붙은 먼지는 보통 오래도록 신고 안쪽을 관리하지 않은 신발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다른 부분은 신을 신고 벗는 동안 자연히 닦이지만, 발가락이 닿지 않는 부분에는 밀려들어간 먼지가 고스란히 쌓여 뭉치는 것이리라. 그러니 판매자가 신발을 깨끗이 세탁했다는 말은 거짓일 가능성이 높았다. 신발 바깥은 깨끗했으니까 세탁이 아니라 세척을 한 게 아닐까. 아무튼 제품이 아무리 좋아도 위생적으로 불쾌감을 느끼면 정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나는 해당 판매자의 팔로잉을 취소하고 말았다.
7월 초에는 당근 마켓에서 사용감이 약간 엿보이는 아디다스 컨티넨탈 80이라는 흰색 가죽 스니커즈를 4천 원에 샀다. 판매자가 마침 근처 주민이라 속전속결로 거래할 수 있었다. 아들 신발장을 정리중이라는 판매자는, 깨끗하다고 주장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신발을 보여주면서 ‘세탁소에 맡겨 세탁했지만 가죽 특성상 아주 깨끗하게는 되지 않는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나도 일반 세탁소가 신발까지 잘 처리하지 못한다는 것을 이미 체험한 터라 그럴 만도 하다고 생각하며 구입했다. 게다가 나는 흰색 가죽 운동화는 약간 사용감이 있어야 신발로서 생동감이 있다고 여기는 터라 그 정도로 더러운 건 허용 범위였다.
그런데 이 신발, 집에 놔뒀던 가죽 전용 클리너로 닦았더니 훨씬 더 깨끗해지는 게 아닌가. 좋은 일이긴 하지만 어처구니가 없었다. 판매자가 세탁을 안 해놓고 세탁소에 맡겼다고 한 것일까, 아니면 세탁소가 세탁을 대충 해놓고 가죽 특성이 그렇다고 둘러댄 것일까……. 양쪽 다 그럴듯하지만 나는 세탁소가 일을 대충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가죽 특성이 그렇다는 변명은 평범한 사람이 지어내기엔 너무 창의적이다. 어차피 4000원이라는 헐값에 팔 거라면 굳이 애써서 그런 변명을 덧붙일 이유도 없다. 신발은 가급적 신발 전문 세탁소에 맡길 일이 아닌가 싶다.
신발의 고유한 문제를 설명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도 상당히 큰 불안 요소다. 나는 몇 달 전부터 하얀 나이키 에어포스 1에 이상할 정도로 매혹되어 헐값에 살 만한 매물을 찾다가…… 엉뚱하게도 그것과 디자인은 비슷하면서 가죽과 우븐 소재로 만들어진 연갈색 모델을 사고 말았다. 갈색을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 여름에 더 시원하겠다고 생각하기도 한 탓이다. 그런데 막상 받아서 신어보니 생각과 전혀 달랐다. 일단 우븐이 들어간 신발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웠고, 무엇보다 발이 그닥 편치 않았다. 갑피를 중창에 고정한 테두리가 걸을 때마다 발에 거슬렸다. 아무리 내 발볼이 나이키 신발과 잘 맞지 않는다지만 이건 무시하고 신기가 쉽지 않았다. 나는 이게 모조품이나 불량품이 아닐까 의심했다. 다른 신발에선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불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의 스니커즈 전문 리뷰 사이트인 런피트에서 잘 찾아보니, 갑피 테두리가 거슬린다는 건 해당 모델의 단점으로 지적된 사항이었다. 게다가 때마침 스니커즈 커뮤니티 앱인 풋셀*에서 사진 검수를 시작했기에 검수도 받을 수 있었다. 정품이 맞았다. 그러니까 판매자는 신발을 신어보지 않았거나 발볼이 좁아서 내가 느낀 불편을 느끼지 못한 죄밖에 없었던 것이다. 나쁜 건 나이키였다. 어쩐지 신발과 관련된 글을 쓸 때마다 나이키 흉을 보게 되는군.
(*중고거래 앱으로 유명한 번개장터의 산하에 있다. 사진 검수는 이 커뮤니티에서 기간 한정 무료 이벤트로 진행했는데, 지금은 번개장터에서 정식 서비스로 정품 검수와 세척 모두를 이용할 수 있다.)
아무튼 신발이 원래 이상한 경우에 이를 고지하는 판매자는 매우 드물고, 이러저러한 문제가 있으니 처리해달라고 해봤자 판매자 잘못이 아니니 처리가 될 턱이 만무하다. 이런 경우는 제품 리뷰나 사용기를 찾아보고 피하는 게 최선인데, 신발의 리뷰나 사용기는 변변한 것을 찾기가 거의 불가능해서 문제다. 백날 찾아봐야 편하고 예쁘다는 내용을 길게 늘인 블로그 후기나, 신발을 집에서 한 번 신어보고 올린 쇼핑몰 후기밖에 나오지 않는다. 참고가 되는 리뷰를 쓰는 건 스포츠를 하는 사람이나 나처럼 발이 아픈 사람뿐이다. 결국 리뷰를 보고 걸러내지 못해 사버린 문제 상품은 다시 팔면서 다음 구매자에게 잘 맞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
나도 문제의 나이키 신발은 상태를 잘 적어서 팔아치우고 말았다. 중고라 생긴 흠집부터 고질적인 단점까지 모두 정직하게 적은 덕에 금방 팔렸지 싶은데, 거꾸로 생각하면 물건을 살 때도 문제와 단점을 명확하게 적은 판매자는 믿을 수 있다는 말이다. 상품의 장점을 길게 늘어놓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단점을 명확히 기술하는 것은 더 어렵다. 상품에 어지간히 애정을 갖고 있거나 탈없고 정직한 거래를 추구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귀찮아서 못할 짓이다.
이리저리 쓰고 보니 중고로 신발을 산다는 게 위험천만하고 무모한 일처럼 보이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중고 신발 거래는 상당히 즐길 만한 일이다. 물론 깨끗하고 아름다운 신발이 가지런히 정렬된 매장에서 여러 신발을 신어보고 몇 걸음 걷고 거울에 비춰본 뒤에 딱 맞는 것을 골라 향기가 날 것 같은 상자를 담은 쇼핑백을 들고 귀가하는 것도 자본주의 사회의 정수를 담은 광고처럼 즐거움과 보람이 넘치는 일이다. 그러나 누가 어디서 뭘 팔고 있는지, 그게 정확히 어떤 물건인지 쉽게 짐작할 수 없는 중고 장터의 밀림에서 관찰력과 추리력을 풀가동해서 사냥감을 낚아채는 과정에도 헤어날 수 없는 기쁨이 있다. 나는 여기서 자기 효능감마저 채울 수 있다고 과장 광고를 하고 다니는데, 돈 이외의 노력으로 원하는 바를 달성한다는 점에서 확실히 새빨간 거짓말은 아닌 것 같다. 일종의 두뇌 스포츠인 셈이다. 자원 선순환이라는 차원에서도 아름다운 일이고. 그나저나 이 두뇌 스포츠를 계속 즐기려면 신발이 팔려야 하는데 도통 소식이 없으니 어쩌면 좋담.
*팁 정리
-중고 신발 대량 판매자는 신발 상태를 잘 모를 수 있습니다.
-세탁소라고 신발 세탁까지 다 잘 하는 건 아닙니다.
-신발 뒷굽, 뒤축을 보면 수명을 대강 추측할 수 있습니다.
-상품의 모델명이나 일련번호로 리뷰를 찾아보면 좋습니다.
-줄바꿈을 심하게 하고 가운데 정렬을 한 블로그 후기는 도움이 안 될 확률이 높습니다.
-단점까지 설명이 상세하고 애정이 느껴지는 판매자의 상품은 더 믿을만합니다.
*추신
도통 안 팔리던 나이키의 트래킹화는 결국 기부했다.
*추신2
가톨릭 평화방송 라디오 기후특집 '공동의 집, 지구'에 출연했습니다. 10월 매주 일요일 오전 6:50-7:00(본방). 오후 4:50-5:00, 11:50-12:00(재방)
*추신3
제10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서 특별상을 받은 "쓸모는 없지만 버리기도 아까운"이 개정되어 "아끼는 날들의 기쁨과 슬픔"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습니다.
낡고 고장난 물건을 고치거나 버려진 것들을 수선하고 중고 거래를 지속하며 느낀 소비 생활의 고민과 의미에 대한 수필집입니다. 지속적으로 물건을 사고 버리는 일에 피로감을 느끼거나 사소한 소비에도 회의감을 느낀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공감할 부분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