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기록,
누군가의 가슴을 뛰게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기록은 그래요.

by BlueDot

기록에 대한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의미는 아래와 같다.


「1」 주로 후일에 남길 목적으로 어떤 사실을 적음. 또는 그런 글

「2」 운동 경기 따위에서 세운 성적이나 결과를 수치로 나타냄.

특히, 그 성적이나 결과의 가장 높은 수준을 이른다.


여기서는 첫 번째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첫 번째 의미의 기록은 말 그대로 어떠한 사실을 있는 그대로(때로는 왜곡된 형태로)

글로 적어 그것을 후세에 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렇다는 것은 기록의 주체는 현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나중의 시대를 사는 사람을 위함이라는 이야기다.


영어로의 기록도 마찬가지 의미를 가진다.

아래는 Oxford Dictionary에서 표현하는 record의 사전적 의미다.


record (of something) a written account of something that is kept so that it can be looked at and used in the future.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미래에 보고 사용할 수 있도록 유지되고 있는 것(현재)을 기록한 것'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기록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미래에 존재하는 '그들'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를 알 수 있게 흔적을 남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거의 그들은 왜 지금까지 우리에게 끊임없이 흔적을 남겼을까?

그것은 위에서 언급한 기록이라는 뜻의 영어단어 'record'를 보면 유추해볼 수 있다.

단어 'record'는 다시라는 의미의 're'가슴(heart)이라는 뜻의 'cord'가 합쳐져 만들어진 단어다.

'cord'는 여러 단어들 사이에서 [concord : 화합], [accord : 합의], [discord : 불화]처럼

서로의 생각이 일치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나타내는 단어에 주로 사용된다.

이렇듯 'cord'가 나타내는 가슴은 생각이라는 의미도 함께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먼 옛날에 살았던 사람들은 생각을 가슴으로 한다고 믿었다.

생각은 뇌에서 이루어진다는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과는 차이가 있지만

단어가 만들어진 시기와 흘러온 과학의 발전을 생각해보면

옛날 사람들이 'cord'를 왜 생각이라는 의미로 해석했었는지는 이해가 타당해진다.


이밖에도 연관성이 있는 예로 고대 이집트인들은 파라오의 시신을 미라로 만들 때

모든 장기를 다 꺼내 따로 보관하지만 심장만은 그대로 육체에 두어 오시리스로부터 심판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이것은 영생을 위한 부활의 필수 의식이었고 육체에 심장이 없으면 심판을 받을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고대 이집트인들에게 심장이란 곧 생각의 전유물인 정신이었다.


이처럼 'cord'는 '생각'이라는 의미를 가지는데 '다시'라는 의미의 're'가 붙으면 말 그대로 '다시 생각'이 된다.


'다시'는 이미 시간이 흐른 후에 동일하게 발생하는 어떤 사건을 표현하기 위한 부사이고

그 뒤에 붙은 '생각'은 사물을 헤아리고 판단하는 작용이다.


다시 돌아가서 '기록'과 'record'의 목적을 되새겨 보자.

이 행위는 미래의 누군가를 위해서 현재의 흔적을 남겨 알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즉, 미래의 누군가가 '다시' 기록을 남기는 입장에서 현재의 '생각'을 알 수 있도록

사물을 헤아리고 판단한 내용을 글이나 그림을 통해 흔적을 남기는 것이 비로소 기록의 본질이라고 볼 수 있다.


과거에 살았던 우리의 선조들은 우리로 하여금 '생각'을 '다시' 엿보게 함을 통해

그들의 '정신'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해서 존재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록을 이어 갔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또한 그들이 남긴 기록을 통해 그 시대의 숨결을 느끼고 사실을 발견하고

또 우리의 기원에 더욱 가까워지면서 그들의 정신을 숭고하게 여긴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우리 또한 후대를 위해 우리의 생각을 기록으로 남긴다.


기록은 어떤 형태로든 미래에 영향을 미친다.

과거의 생각과 미래의 생각은 언제나 그랬듯 다르기 때문이다.

아무 의미 없이 쓴 몇 줄의 글, 단순한 오늘날의 일상들도 그들에겐 귀중한 숨결로 다가간다.

고대의 유적지에서 발견된 점토판을 해석했을 때 현대 인류는 전에 없는 흥분에 휩싸였다.

과거에 기록된 그들의 생각이, 그들의 삶이 우리에게 다시 재조명됐기 때문에.

비록 해석된 내용은 이웃주민이 양을 빌려간 뒤 갚지 않는다는 하찮은 이유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우리는 기록을 보고 가슴 뛰는 벅참을 느낀다.

그들이 가슴으로 한 생각을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이 우리에게 전하는 정신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기록'과 'record'가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의 치열한 레이스 결과를 표현할 때도 쓰이는 이유가

어쩌면 그들의 열정이 우리의 가슴을 울리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