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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련 Sep 19. 2021

운동하는 '기분'은 중요하다

코로나 시국 필라테스 재도전기

미루고 미루다 운동을 시작했다. 꾸준히 많이 걷고 집에서 틈틈이 스트레칭을 하던 때도 있었는데, 코로나 시절을 통과하며 만사가 귀찮아졌다. 마스크를 쓰고 걷거나 뛰다 보면 마스크 안으로 땀이 맺혔다. 축축한 마스크를 달고 귀가하면 그게 너무 불쾌했다. 그렇게 일 년 이상 몸을 움직이는 일에 흥미를 잃었다.


재택근무가 길어지니 하루 걸음 수가 두 자릿수일 때도 부지기수였다. 떨어질 대로 떨어진 체력, 영 사라져 버린 코어 근육을 보다 못해 드디어 필라테스 레슨을 등록했다. 이직을 앞두고 마음이 조금 넉넉해진 덕분도 있었고, 도쿄 올림픽에서 본 운동하는 멋진 사람들에게 자극을 받기도 했다. 마스크를 안 쓰고 운동할 수 있는 날이 올 때까지 버텨보고 싶었지만 그 핑계는 보이지 않는 앞날에 무력해진 뒤였다.

 



사실 난생처음 하는 필라테스는 아니다. 배웠다고 말하기도 민망한 경험이 있다. 몇 년 전, 딱 한 달 큰 스포츠센터에서 운영하는 단체 필라테스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넓은 강당에서 30명가량의 학생들과 함께 듣는 수업이었는데, 주로 공 같은 소기구를 가지고 진행되었다. 센터 접근성도 좋았고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에 필라테스를 배울 수 있다는 점에 혹해 등록했지만 수업에 대한 흥미는 첫 시간에 와장창 깨졌다.


필라테스는 몸의 다양한 근육들을 잘 활용해야 하는 운동인 것 같았다. 특히 코어 근육이 중요해 보였다. 첫 수업 때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가장 먼저 가르쳐 준 것은 다름 아닌 '오참똥참'이었다. 그것이 무엇인가 하면, 오줌 참는 느낌, 똥 참는 느낌처럼 코어 근육과 괄약근에 힘을 주라는 뜻이었다.


우아한 자세로 기구에 매달려 있는 연예인들의 멋진 사진들만 보고 필라테스에 대한 신비감만을 한껏 키워가던 나는 "자, 오참똥참!"을 외치며 박수를 치고 강당을 걸어 다니던 선생님의 모습을 보고 이 수업에 완전히 흥미를 잃어버렸다. 다양한 연령대가 듣는 단체 수업이었으니, 최대한 친숙한 표현으로 필라테스의 핵심을 말해주려던 의도였겠지만, 첫 수업을 들으며 다음 달엔 등록하지 않으리 다짐만 했다. 결국 수업도 몇 번 안 나갔다. 그 강당에서 건강하게 운동하는 사람들은 대단해 보였지만, 그와 별개로 나는 운동하는 '기분'이 중요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어쩌면 운동 그 자체보다도!




그래서 다시 운동을 결심하고 동네에서 가장 인테리어가 예쁜 필라테스 학원을 찾아 10회 레슨을 등록했다.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 싱그러운 식물들, 에스닉한 패턴의 카펫까지, 카페 같은 예쁜 인테리어에 반했다. 원장 선생님이 직강을 하는 곳이라든가 1:1 레슨 시세에 맞는 적당한 가격이라든가 하는 건 그 이후의 이유가 되었다. 운동하는 기분을 느끼고 싶은 철딱서니 자아의 비위를 맞춰주기로 했다. 예쁜 곳에서 시간 내어 운동하는, 바쁘지만 건강한 커리어우먼인 나,를 추구해보기로 했다.


시작하는데 큰 추진력이 필요한 것이 있고, 그냥 툭 시작할 수 있는 것이 있다. 내게 운동은 단연코 전자다. 첫 발을 떼는 데도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습관으로 가져가는 데도 갖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큰맘 먹고 다소 무리했다. 이번에는 부디 꾸준히 운동하는 튼튼한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보기만 해도 열정이 샘솟는 나의 운동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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