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가까이 푹 빠져있는 게임이 있다. 인테리어 쇼핑앱에서 만든 가드닝 게임인데, 룰은 간단하다. 어플 속 식물을 잘 키워 일정 레벨에 도달하면 집에 실제 식물을 보내준다. 이용자들이 사이트에 더 오래, 자주 머물게 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만들어낸 게임일 것이다. 실제로 식물을 위한 물과 영양제를 얻으려면 추천 상품 같은 걸 몇 초 동안 봐야만 한다. 일종의 앱테크인 셈이다.
광고를 보거나 일정 걸음수를 채우면 몇 원씩 주는 어플도 해본 적이 있지만, 그건 사실 별로 재미가 없었다. 알뜰하게 살고 있다는 뿌듯함 정도는 있었지만, 천천히 쌓이는 돈이 감질맛 나기도 했고, 그렇게 모아도 내가 받은 건 편의점이나 커피 기프티콘이라는 게 좀 허무했다. 한 끼면 뚝딱 끝나버릴 것을 위해 몇 주 몇 달을 재미도 없는 광고나 봤던 거라는 게.
그런데 식물을 받을 수 있다는 건 기분이 조금 달랐다! 어린 시절, 열심히 다마고치 똥 치워주고 피카츄 밥 먹이던 그때 그 마음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았다. 화면 속에서 자라고 있는 식물과 곧 우리 집에 올 식물, 가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뭔가를 키워내는 기분이었다
처음 게임을 시작할 때 나는 몇 가지 선택지 중 몬스테라를 골랐다. 잎의 모양이 독특하고, 환경에 비교적 예민하지 않아 무던하게 잘 자라는 식물이었다. '몬테'라고 이름도 붙여주고 수시로 들여다보며 물과 영양제와 관심을 줬다. 추가 아이템을 받을 수 있는 미니게임에 집중하느라 저녁이면 손목이 아프기까지 했다. 그리고 어제 드디어 최고 레벨인 6 레벨에 도달했다. 배송 요청을 하고 나니 내가 지난 몇 주간 정말로 뭔가를 키웠다는 감각이 생생해졌다.
물론 나도 안다. 실제로 화원에 가면 몬스테라 화분은 고작 몇천 원밖에 안 한다는 걸. 그걸 위해 손목이 아프도록 미니 게임을 하고, 매일 접속해 출석 체크를 하고 물을 주는 게 그다지 효율적인 일은 아니라는 걸. 그럼에도 물을 주면 이파리를 흔드는 식물 캐릭터는, 포인트나 돈 보다 훨씬 흥미로웠다. 뭔가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은 인간의 DNA에 새겨져 있는 걸까? 새싹 모양이던 캐릭터가 제법 튼튼한 이파리를 갖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지켜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금이야 옥이야 키워낸 몬테가 곧 우리 집으로 온다! 이제는 게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아이템들로 말고, 진짜 물과 진짜 관심으로 또 한 번 잘 키워볼 작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