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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fter 이후 Feb 08. 2023

최종 결과를 앞두고 있는 마음

2023 Feb 8의 기록

오늘도 어김없는 이직 준비의 연속이었다. 저번주와 이번주를 통틀어 최종 면접을 두 개나 보았음에도, 아무래도 최종 발표까지는 적어도 일주일이 걸리기 때문에 여전히 결과에 대한 소식은 없었다. 오늘까지 연락을 준다는 기업도 있었는데, 그 기업도 결국 6시를 넘기더니 여태까지 묵묵부답이다.


정말이지, 이미 나는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를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린다는 것은 고역인 것 같다. 차라리 기다리는 사이에 다른 기업의 과제가 있거나, 크게 할 일이 있으면 이렇게 공백이 괴롭지는 않았을텐데. 이 고독이 얼마나 악질적이냐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불안과 걱정으로 내 정신을 좀먹는 기분이 든다. 이 단계에서는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다리는 것밖에 없다는 무력감. 이 무력감이 참 무서운 것이라는 것을 고요해진 이 시간에서야 깨닫는다.


로켓펀치의 취준 컴퍼니에서 운이 좋게 지원을 받은 집무실이라는 곳. 생각 이상으로 좋았다.

같이 이직을 하던 동료들도 나보다는 비교적 연차들이 높았기 때문에 그래도 비교적 수월하게 이직을 먼저 하게 되었다. 그렇기에 당연스레 이직을 하신 분들은 공유 오피스를 나오지 않게 되었고, 본래 결제하던 공유 오피스의 구독을 그만 두었다. 그래도 마침 타이밍이 좋게 로켓펀치에서 집무실이라는 공유 오피스를 이직러와 취준생들에게 빌려주는 좋은 기회를 얻어서 오피스를 사용하게 되었으니 망정이지, 이것까지 없으면 집에서 땅굴만 파다가 가끔 카페를 나가는 정도였을 것 같다. 그래서, 그렇게 된 김에 오늘은 오랜만에 집 밖을 나와 오피스를 나오게 된 거고. 그 김에 이미 취업하신 분들도 잠깐 얼굴을 보게 되었다. 다들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서 부러웠다. 나도 얼른 뭐라도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이건 나의 욕심이지만, 그렇게 가고 싶지 않은 기업이라도 다 붙었다는 연락을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쨌든 이직은 나의 능력을 필요로 하는 기업을 찾는 과정이고 그 과정에서 많은 회사가 내 능력을 원한다고 하는 편이 나의 자존감 면에서도 좋을테니까. 남에게 평가받는 것으로 나의 모든 가치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 능력에 있어서는 이보다 정확한 것은 없으니까.


저녁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온다. 커피를 두 잔이나 먹었다.

여전히 이 공유 오피스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문득, 모두가 떠나고 조용한 오피스에 혼자 남았을 때의 고독감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워서, 그나마 풀어내려고 글을 쓰는 것이 그 까닭이다. 글을 쓰면 그래도 나의 감정을 제대로 마주할 수 있어서, 나와 대화를 할 수 있어서 정리가 되기도 하고 마음도 차분해진다. 그래서 꾸준히 글을 쓰려고 하는 걸까.


내일은 또 면접이 있다. 이 기업은 그다지 가고 싶은 기업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괜찮은 기업이라고 들었다. 어찌 되었든 나에게 주어진 소중한 기회라는 것은 변함이 없기 때문에 소홀히 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임해보려고 한다. 기회는 능력이 있고 준비가 된 사람만이 잡을 수 있는 것이니까. 나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지.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지친다.


최종 면접까지 간 것이 둘이나 되니 하나 하나에 연연하며 전전긍긍하게 된다. 통과를 하게 되면 정말로 가게 될 수 있을 것 같은 기업이라서 그런가. 그것도 그렇고, 사실은 한 달 반, 이제서야 두 달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 뿐인데 생각 만큼 잘 되지 않아서 지치는 것도 있는 것 같다. 문득 취업 준비를 1년이나 2년, 그 이상씩 하는 사람들이 너무 대단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아니, 그리고 아예 취업을 해서 사회의 맛을 보지 않았다면 모를까, 내가 일을 해서 번 돈으로 무언가를 많이 해볼 수 있다는 그 달콤한 경험의 맛을 알아버려서 공백을 이제 만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더 큰 것 같다. 당장 생계에는 지장이 없을지 몰라도, 무언가에 미묘하게 쫓기는 것 같은 기분은 여전히 지울 수 없다.


이 글의 끝에서도 여전히, 이미 본 면접에 대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나는 최선을 다하고, 면접을 잘 보았다고 해도 운이 없다면 나보다 더 잘하는 지원자가 나타나서 그 지원자가 입사의 기회를 얻을 수도 있고, 내가 잘 보았다고 생각해도 인사 담당자의 마음에 들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니 나는.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에만 집중하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해 생각하며 더이상 멈춰서서 걱정과 불안으로 시간을 채워 넣지 않았으면 한다. 요즘의 나에게 바라는 점이다.


가만히 멈춰 서서 걱정을 한다고 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어쩌면, 나는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그저 걱정으로 시간을 합리화하며 보내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 그러고 있을 뿐이다. 글을 쓰면서 무언가를 깨달아가는 느낌이 든다.


요즘 참 경제가 어려운 것은 맞다. 예전에는 공고도 훨씬 많고, 기회도 훨씬 많이 주어졌던 것 같은데.

그래도 상황을 탓하지 않고, 좌절하지 않으며 내가 할 수 있는 한 묵묵하고 꾸준히 계속 도전해 볼 예정이다.


2023년 2월의 현재, 취업과 이직을 준비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다.

우리는 모두 잘 하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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