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Feb 9의 기록
드디어 최종 면접을 본 회사들 중에 가도 괜찮을 법한 회사의 결과가 나왔다.
정확히 일주일 하고도 하루가 지난 날, 오늘이었다.
결과는 최종 합격. 회사에서 입사 제안을 받았다.
드디어 최종 결과가 나왔지만, 어쩐지 주변인들보다 기뻐할 수 없었다. 아직 내가 가고 싶어하는 기업의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였을까. 왜인지 마음을 놓고 웃기만은 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아직 한 발 남았다. 그런 기분.
왜 마냥 기뻐할 수 없는지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앞서 말한 '내가 원하는 기업이 1순위'가 아니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기대했던 연봉 수준이 아니라서'도 있지만. 본질적으로 왜 '내가 원하는 기업의 1순위가 아닌가?'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오는 일이었다. 다시금 이직을 준비하면서 나는 내가 진정으로 커리어에서 어떤 길을 가고 싶은지, 어떤 도메인의 회사를 가고 싶은지, 나는 그래서 최종적으로 무얼 하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그 생각을 하면서 내가 가야 하는 진로에 대한 것들을 확고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어느 기업이 나에게 맞지 않을지 맞을지 고민하는 시간을 거쳐 지금의 내 생각을 견고히 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였을까, 온전히 만족하는 조건의 기업을 찾기가 힘들어졌지만 동시에 부합하는 곳을 쳐다볼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결론은 더 부합하는 회사에 온통 신경이 쏠려 있어서 마냥 결과를 기뻐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이해를 하고 나니 조금은 편해진 것 같달까. 아무튼, 오퍼 레터는 이대로 날아올테고 나는 결정을 해야 한다. 성급히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서 신중하게 주말 내내 생각을 해보려고 한다.
어느정도 어떻게 할 지는 감이 잡히기는 했지만, 이렇게 기대한 기업에서 안 좋은 소식을 들으면 나름의 타협을 해야겠지만. 미래는 어떻게 해서라도 미리 알 수 없는 법이니까. 또 다른 결과가 나올 때까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사실은 여전히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보험은 하나 들어 놓았으니 안심할 수 있었다. 어찌 되었든, 합격으로 인해 내가 필요한 기업이 있다는 것을 증거로 만들 수 있었으니까. 그러고 보니 가만히 생각해보면, 일을 구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것 같다. 기업도 사람이 없다고 하고, 사람들도 일자리가 없다고 한다. 사실은 여기에 수식어가 붙어야 한다.
기업도 (자신이 원하는 능력을 갖췄으며, 제시하는 연봉을 받아들이고 일 할)사람이 없다고 생각하고, 사람들은 (복지도 좋고, 돈도 많이 주고, 워라벨 등 삶의 만족도를 올릴 수 있는 좋은) 일자리가 없다고 한다.
사실은 당연한 소리고, 내가 보기에는 이게 정말 정답인 것 같다. 오늘 심지어 친구와 우스갯소리로 이런 소리까지 했었다.
어제도, 오늘도 이제는 전 직장의 동료가 되어버린 동료 분을 만나 이야기를 했다. 그래도 우선 축하한다고 말씀을 해주셨고, 자신도 연봉 협상을 했으니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다시 해보라는 말씀을 해 주셨다. 한 분도 아니고 소식을 전해 들었던 여러 명의 동료 분이 모두 조언을 한 번씩 해주셨다. 아무래도 나는 사회초년생이기는 하니까. 이런 경험이 없어서 마침 조금 어렵게 느껴지고 모르는 부분도 많았었는데, 도와주시고 신경을 써 주시니 감사했다.
그래, 첫 회사 생활에서부터 이렇게 좋은 동료 분들을 만난 것은 여전히 행운이라고 생각하는데.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이렇게 회사를 그만두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역시 이렇게 보면 사람 일은 정말 모르는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인생을 항상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새옹지마라고 살다 보면 또 좋은 일이 있을테니까. 내가 이렇게 어려운 계기로 부득이하게 이직 준비를 하면서, 물경력에 대한 경계심과, 과제를 하면서 조금 늘은 것 같은 실력과, 앞으로의 공부 방향성, 쌓고 싶은 커리어의 방향성을 확고히 하게 된 것 처럼.
살아보니 생각보다 어려운 인생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으로 즐겁게 살아야지.
오늘은 아무튼 그런 일이 있어서, 연봉 협상을 하느라 왠지 생소하게 보이는 원천징수영수증을 떼고, 내역을 보고, 동료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느라 시간이 헐레벌떡 가버렸다. 저녁에서야 정신을 차리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글을 쓰고 있지. 가만 보면 의미 없이 하루를 보내버렸다고 생각했는데, 합격 소식에 오전에 봤던 면접을 잊고 있었다. 오늘도 일찍 일어나서 열심히 살았더랬다.
이제는 정말 기다림이 관건인 것 같다. 내심 조바심도 나고, 그 사이에 제일 불안한 미래를 대비도 해보지만 그뿐이다. 주사위는 던져졌고, 나는 말들이 지도에서 어떻게 움직여 어디에 도착하는지, 손에 땀을 쥐며 볼 뿐이다. 그래도 여전히 나는 견고하다. 내 주변에는 전화로 따뜻한 말을 건네주는 어머니도, 아버지도 있고 내가 잘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해주는 친구들도 있고, 내 옆에서 묵묵히 나의 곁을 지켜주며 격려해주는 남자친구도 있다. 그러니 내가 힘을 내야 할 이유는 이걸로 이미 차고 넘치게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나.
그동안 그래도 고생이 많았다. 앞으로 조금만 더 힘내서 나머지 나에게 주어진 기회를 잘 마무리하고,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본다. 분명히 좋은 결과가 있을거라고, 그렇지 않으면 좋은 기회가 다시 올 거라고 굳게 믿으며 오늘은 글을 이만 줄여본다.
아, 그리고 오늘 온 바가 참 마음에 든다. 다음에도 글을 쓰고 책을 읽으러 종종 들러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