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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ㄱㅣㅇㅓㄱ Apr 28. 2019

사라지는 것이 무엇일까

[3_수필]

사라지는 것이 무엇일까


버스를 타고 내려보니 뿌리 뽑힌 나무가 제일 먼저 보였다.이 땅을 밀어버리고,새로운 건물을 올릴 사람들에게 나무는 방해물일 뿐이었다.나무가 뿌리를 내려 땅을 잡고 삶을 살아내고 있다는 것은 그들에게 중요한 사실이 아니었다.나무가 방해물로 보이는 이들에게 들꽃의 삶이,길고양이의 삶이,사람들의 삶이 보일 리 없다.생명들이 사는 삶의 자리를 돈이 빼앗고 있는 것이다.


사라지는 것은 삶이었다.


살던 땅이 소위 노른자 땅이 되면 돈이 없는 이들은 그 땅에서 계속 살지 못한다.자본의 논리로는 당연한 일일지 모르겠지만,나는우리가 질문해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누군가의 삶이 누군가의 투자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누군가의 삶이 누군가의 돈벌이가 되어도 좋은가.


사라져서는 안되는 것도 삶이었다.


누군가가 돈을 버는 밤이 누군가에게는 쫓겨나는 밤이 된다.나는 그 밤을, 쫓겨나지 않으려 하는 사람들과 보냈다.그 밤에 우리는 구호를 외치고,노래를 불렀다.마주 선 사람들에게 우리의 목소리를 들으라는 것도 있었지만,우리는 우리를 깨우기 위해서 소리를 냈다.춥고 잠이 오는 밤에 우리는 너무 지쳐있었다.해가 밝아오자용역들은담장 안으로 몰려왔다. 그들이 우리를 짐짝 대하 듯 끄집어 내고 내 던졌을 때 우리는 우리의 구호와 우리의 노래가 우리들의 잠을 깨우는 것 이상에 힘이 없다는 것을 깨달을 수 밖에 없었다.그렇지만, 잠이 확실히 깨긴 깼다.우리의 구호와 우리의 노래가이렇게 무력해도우리의 잠을 깨운다면,이렇게 확실히 깨운다면,우리는 내일이고,내일 모레고,또 싸울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사라질 수 없는 것이 삶이니까.


우리들의 삶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들의 운동도 멈출 수 없다.징글징글하다고 누군가는 말했지.그의 말이 옳다.징글징글한 것이 맞다.사는 노릇이 원체가 징글징글한 것 아닌가.삶을 지키려 하는 것은 징그럽기 마련이다.우리가 그 징그러움을 거부한다면,우리에게 무엇이 남을까.나는 내가 끝까지 징그럽기를 바란다.나는 우리가 끝까지 징그러웠으면 좋겠다.이제는 그만 좀 하라는 이들 앞에 우리가 끝내 징그러울 수 있으면 좋겠다.징그럽게 우리가 우리 삶을, 우리를, 지켜낼 수 있으면 좋겠다.나를 포함하여 징그럽게 싸우고 있는 우리 모두를 응원한다.



글쓴이 - 김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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