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IS
파리지앵들이 길거리에 들고 다니는 간식 중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이 바게트와 크레페 (Crepe)였다.
거리마다 크레페 가게를 쉽게 찾을 수 있었지만, 먹을 기회는 마지막 날 마레지구에서 찾아 왔다.
한국에서 생크림에 과일 넣은 크레페를 먹어 보긴 했지만, 파리에서 처음 크레페를 주문하려니 좀 난감했다.
더 난감했던 건 주문 받는 아저씨가 영어를 전혀 하지 못한다는 것.
어떻게 시켜야 할 줄 모르는 나와 영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아저씨 간의 실갱이가 시작 되었고,
바디 랭귀지로도 통하지 않던 실갱이는 그 곳에 막 도착한 한 파리지앵 청년의 등장으로 중단되었다.
짜증은 나지만 크레페를 팔고 싶은 아저씨가 그 청년에게 통역을 부탁했고,
나는 "크레페를 처음 먹어 보는데, 당신 꺼랑 똑같은 걸로 하나만 시켜 줘." 라고 말했다.
"나는 누텔라 맛으로 먹을 건데, 괜찮아?" "OK!"
결국 주문을 받게 된 아저씨가 먼저 그 청년의 크레페를 만들기 시작했다,
나는 신기해 하며 - 크레페 만드는 걸 가까이서 본 건 처음이었다 - 캠코더로 촬영을 했고,
뒤에서 그 모습을 방긋 웃으며 지켜보던 청년은 완성된 크레페를 들고
아저씨와 프랑스어로 짧은 대화를 나눈 뒤, 굉장히 친근하고 따뜻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자리를 떠났다.
이제 내 크레페 차례다.
밀전병 부치듯 얇게 지진 반죽 위에 누텔라를 고루 바르고 삼각형 모양으로 접어주면 완성!
시작부터 삐그덕 거려서인지 다소 떫은 표정의 아저씨는 완성된 크레페를 내 손에 쥐어 주며 또 뭐라고 한다.
나는 또 열심히 얼마냐고 물어보고, 아저씨는 손가락으로 자꾸 내 앞만 가르키고.
또 시작된 실갱이. 이 때 다시 등장한 통역관은 두명의 파리지앵 아가씨.
'크레페가 대체 얼마예요?' 라고 묻자 '너 앞에 왔던 남자가 돈 내고 갔대' 한다.
"Really? Oh my......"
돈 낼때 또 실갱이 할까봐 걱정이 되서 였는지, 크레페 보고 신기해 하는 내 모습에 호의를 베푼 것인지
핸섬한 파리지앵으로 부터 뜻밖에 크레페 선물을 받고
뭔가 몽글몽글한 마음으로 달콤한 파리를 걷고 또 걸었다.
Paris. 2008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