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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타는지성인 Mar 10. 2020

29. 처음부터 Da Capo

좋은사람이란 말이 마냥 좋은 말은 아니라는 것을 어른이 되고서 깨닫게 되는 순간이 있었다. 언젠가부터 나쁜남자가 대세가 되었고, 나쁜남자의 행동이나 말이 모두 트렌드가 되던 시절, 나쁜남자는 사실 잘생겼었기 때문에 친구들은 모두 친구들끼리 너가 나쁘면 그건 나쁜남자가 아니라 쓰레기라는 우스갯소리를 했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나는 그 점을 잘 알고 있어서 특별히 행동의 변화를 두진 않고 그냥 살았다. 나는 좋은 사람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하며 적어도 못난 어른들의 이기적인 모습을 보고 저렇게는 되지 않아야지 라며 살았는데, 내가 못났다고 생각했던 모습을 지금 하나씩 내가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나도 역시 다를 게 없구나라며 거울을 보고 있다. 뭐 사실 좋은사람의 정확한 정의는 없다. 당연히 개인이 정의하는 마음대백과사전에 좋은사람을 정의해서 다양하게 해석할 테니.  그저 나는 내가 정의하는 좋은사람에 집중했다. 그러니까 적어도 말을 할 때 상대방을 생각해서 한다거나, 개인주의자로서 최소한 도움은 못되도 피해는 주지 않는다거나, 그 밖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여유가 생길 때 도와주는 걸로. 이기적인 마음이 커지면 그래도 역지사지로 생각해보자. 뭐 이런 것들로 이렇게 해서 좋은사람이 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래 왔었다. 왜 나쁜남자가 부러웠냐면 토이의 좋은사람을 알고 있어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말 한마디에도 잘 휘둘리고 단어나 문장 하나에 내 마음을 잘 주입시켜서 그런지 사람에 상처 받고 실패할 때마다 좋은사람 가사가 떠올랐던 것 같다. 아니, 이런 찌질한 걸 즐기는 거 보면 변태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노래방에서 늘 부르던 노래를 부르다가 토이의 좋은사람을 불렀는데, 목이 너무 아팠다. 생각보다 고음이었고, 생목으로 부르기엔 노래의 난이도가 높았다.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슬픈 가사지만 맑은 목소리가 어울릴 듯 어울리지 않는게 이 노래의 밝고 슬픈 포인트인데, 당연히 아무것도 모를 땐 그냥 그런 가사였는데 시간이 지나 다시 들으니 굉장히 슬픈 가사라는 것을 알고 많이 슬퍼했고, 그런 토이가 미웠다.


토이의 비교적 최근 앨범인 <Da capo>는 정말 화려한 음반이다. 한 앨범으로 모든 장르를 들을 수 있다. 앨범에 참여한 객원보컬을 보면 알 수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토이와 작업했는지 알게 된다. 예전에 나는 토이가 엄청 노래를 잘하는 가수로 알고 있었는데, 정작 토이인 유희열은 그렇게 노래를 많이 안 불렀고, 그렇게 가수로서 잘 부르는 편은 아니었다. 노래를 잘하는지 못하는지에 대한 부분은 다 다르겠지만 나는 유희열이 직접 부르는 노래가 좋다. 그래서 이 7집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우리'인데 나는 이 노래가 이상하게 제일 좋았다. 어떤 걸 해도 매력이 있는 사람이 있다. 분명 빛이 없는 어두운 공간인데 주변에 환하게 광이 나는 사람. 그런 사람이 아마 좋은사람인 듯 하다. 좋은 사람이 되어야지. 좋은 어른이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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