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의 체조. 그러니까 달밤에 체조는 왠지 안 어울리고 댄싱이 어울리는 것 같다. 북유럽 어딘가에서 어울릴 것 같은 달밤 댄싱은 프롬의 대표곡이다. 달 밤 하면 왠지 어렸을 때 봤던 달의 몇 장면이 문득 떠오른다. 키가 작았던 만큼 옥상에 서면 그만큼 달이 가까워졌다. 옆에 살던 1살 많은 형이랑 자주 옥상에서 놀았다. 4층을 내려가야 하는 마당보다 더 가까운 옥상에서 미니카도 가지고 놀고, 팽이도 가지고 놀았다. 우리는 달 밤 아래에서 댄싱이 아닌 달밤 놀이로 하루를 마감했다.
프롬은 달밤댄싱으로 알게 된 가수였지만, 그녀를 더 좋아하게 된 노래는 찌잉이었다. 어떤 것에 슬픔으로 가득한 감정을 넣는 건 정말 힘든 일 같다. 세상에는 많은 슬픔이 떠다니고 있지만, 그 슬픔은 너무나 개인적인 것이라 사람들은 타인의 슬픔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다. 똑같이 고생을 해도 자신의 처지가 가장 힘들고, 벅찬 게 현실이라 돌아볼 여유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타인의 슬픔을 공감하게 해주는 어떤 것은 어떤 힘이 들어가 있는지 슬픔을 공유하는 힘을 가진다. 찌잉은 그렇게 같이 슬프게 하고 같이 찌잉하게 만드는 노래였다. 이런 노래를 만들 줄 아는 사람을 좋아하는 건 당연한 일인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