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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타는지성인 Mar 27. 2020

46. 봄과 벚꽃과 고양이와 청춘

봄이 왔는데 집에만 있기 답답해서 책을 들고 동네를 돌았다. 사실은 참이슬 팩소주도 근처 마트에 들려서 샀다.

예전부터 평일 오후에 여유 있는 백수의 모습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을 해보고 싶었다. 집에서 하는 모든 것들이 좋아서 집에 있는 게 체질이긴 하지만 몇 주동안 삶의 패턴이 반복되니, 하루가 지나가는 게 무감각해졌다. 평범했던 출퇴근이라고 해서 늘 똑같은 것이라 생각하며 봐왔던 풍경들이, 이제는 그렇게 평범한 풍경들도 특별해졌음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언제쯤이면 모든 게 다시 평범했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나는, 이렇게 금방 평범해지는 하루를 적응해가기로 한다. 반찬가게에 들러 반찬도 사고, 과일을 얼려 믹서기를 갈아 마신다. 또 필름 카메라와 필름을 구매했다. 나름의 기분전환도 되는 것 같아서 이렇게 심심하고 막막할 때 돈을 쓰는 건 역시 도움이 된다.


집 뒤에 작은 산이 있어서 무료한 시간을 활용해 잠깐 뛰고 내려오면 30분 정도 걸려 운동삼아 가곤 했다. 오늘은 그냥 벤치에서 한량을 즐기기로 했다. 평일 낮이지만 동네에서 꽤 인기 있는 곳이라 많은 사람들이 평일 낮을 즐겼다. 벌써 벚꽃이 활짝 폈고 바람에 꽃잎이 휘날렸다. 꽃이 피면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춘다. 예전 동화에서 나왔던 해와 구름이 생각난다. 옷을 벗게 하는 건 결국 해 뭐 그런 동화.


동네 고양이들이 한 두 마리씩 돌아다녔다. 동네 고양이를 가만히 구경하다 보면 대충대충 행동하는 것 같으면서도 사람 눈치를 보는 느낌이라 계속 보게 된다. 혹시나 내 쪽으로 와서 옆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홍재목의 <네가 고양이면 좋겠다>는 고양이를 잘 표현하는 것 같다. 나는 동물을 길러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아마 동물을 기른다면 도도한 고양이를 길러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사는 집의 그녀는 조금 느려 

밥도 느릿느릿 하루 매일 긴 잠을 자 

내가 사는 집의 그녀는  

날 좋아해 항상 날 반겨 꼭 옆에서만 잠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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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고양이면좋겠다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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