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 사랑이라니
벚꽃이 만개하는 4월이 되면 그곳은 썸을 즐기는 남녀가 가득했습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먼저 좋아하게 되면 남자는 여자에게, 여자는 남자에게 그곳을 함께 걸을래?라는 달콤한 말로 사랑을 속삭였죠. 그리고 둘은 함께 아름다운 벚꽃 길을 걸었어요. 설레는 마음 가득한 그곳은 벚꽃 판타지아.
과거에 어느 날, 내가 주로 생활하던 곳에도 벚꽃이 유명한 곳이 있었다. 봄이 되면 볼 수 있는 이 꽃에 더욱 의미를 더하게 된 것은 벚꽃엔딩이란 노래가 많은 지분을 확보했었지만, 사실은 이 전에도 벚꽃거리는 사랑의 시작이었다. 아무튼 위의 저 벚꽃 판타지아도 결국 수많은 착각 중에 하나였고 대단한 곳이 아니라 흔한 거리 중의 하나임을 안다. 뭐 다들 사랑하는 사람끼리 걷고 싶으니까 상징적인 곳이 필요했고 때마침 잘 심어둔 벚꽃이 피었고, 걷다 보면 주위엔 아무도 보이지 않고 봄, 너, 그리고 벚꽃만 보이니까 기억나는 건 벚꽃이야! 활짝 폈어! 그리고 웃었어! 손도 잡았어!라는 소문이 퍼지니까 그런 곳이야? 이야 그럼 나도 갈래 하면서 너 나 우리의 벚꽃 판타지아가 되는 것이 당연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곧 소문도 퍼졌다. 가는 길에 썸 타고 돌아오는 길에 사귄대!
이처럼 어떤 것을 바라게 되면 흔한 것이라도 의미를 담아서 그럴 수밖에 없었음을 나 스스로 강요한다. 이게 무슨 의미야 하는 사람도 있지만 어떤 사람들은 사소한 의미 때문에 모든 것을 걸었다. 생각해보면 개인의 역사는 늘 작은 의미로부터 시작했었다. 어쨌든 역사의 한 순간에 무언가를 증명해야 했을 때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진심을 보여줄 수 있는 준비가 필요했었다. 사람은 우주라고 했던가, 우주를 담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우주가 되어야 하고 한 세계를 구축해야 하고 아무튼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아야 하는 무엇보다 나는 누구보다 우주를 사랑하는 우주가 되어야 했다.
사랑에 대한 표현을 아낌없이 잘하는 한 친구가 있었다. 어느 날 그 친구는 어떤 남자를 좋아한다고 내게 고민을 말했다. 내가봐도 한눈에 알게 되었다. 누가 봐도 잘 어울렸던, 그래서 그냥 지켜만 봐야 했던 친구였다. 그땐 뭐 그래야 했던 게 맞았던 것 같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그녀의 표정을 내 이기심으로 망가뜨리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야 이게 진짜 사랑이지.라고 한탄 하면서
어쨌든 그렇게 첫 오픈 이후로 그 친구는 그와 사귈 때까지 나와 많은 시간을 보내며 그 남자를 얘기했다. 나는 주로 듣는 역할을, 여자는 말하는 걸 즐겼고 술 마시면서 얘기했고, 술을 마셨는지 전화가 올때도 있었고, 그런 시간이 깊어질수록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내내 내가 안타까웠고, 그녀는 앞 길을 상상하며 설레 했던 것 같다.
결국 그 친구와 그가 사귀게 되던 날, 내게 먼저 알려줘야 된다고 하며 막창을 먹으면서 술잔을 들이켰다. 생각해보니까 그때 계산도 내가 한 거 같더라. 막창 비싼데 엔빵할걸.
물론 그런 과정 속에서 착각을 거듭했고, 나는 멋진 각본 없는 스포츠의 명승부에 있는 역전 같은 것을 생각했었다. 내가 그 남자보다 그 친구를 더 잘 알고 더 좋아하는 것이라는 가당치도 없는 확신이라는 착각.
내가 그래도 몇 년 전의 이별 때보다 지금 상황이 낫지, 그때보다는 조금 나을 거니까 괜찮겠지란 애써 생각을 했었다. 역시 착각은 역시 금물이었다는 것을 느꼈고 이미 늦었는데 무슨 소용이냐 했다. 착각이 통해서 그것도 설렘이라면 설렘이었으니 뭐 행복했다 라고 그 친구를 맘 속으로 완전히 접었다. 사랑을 생각하면 늘 설레는 일이었다. 행복을 상상, 이렇게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이 생각보다 단순했던 나의 마음의 모양에 맞춰 시작되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혁오의 톰보이에 '촛불처럼 쉽게 타버리면 안 되는 사랑'보다 나의 마음을 보호하는 장비가 더 필요했다.
그 친구와 그는 몇 개월후에 헤어지게 되었고,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남자 쪽에서 헤어지자고 했던 것 같다. 사귀는 도중에는 뜸했던 연락이 다시 많아지기 시작하며, 그녀의 불운을 마냥 좋아할 수도 그렇다고 위로도 할 수 없는 내 처지가 더 불쌍했다. 이런 시간을 가지며 다른 남자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거리를 두려고 했었지만, 마음과 머리가 그렇게 단순한가. 다시 예전처럼 한동안 막창을 먹었다.
사랑에 대한 글을 쓰면서 사랑을 말하니까 조금 구리다. 세상에는 사랑한 다보다 더 많은 표현들이 있을 테니까 사랑을 사랑이라 말하지 않아도 어떤 가치로 사랑이 통한다고 생각했었다. 이 짧은 두 문장에 사랑을 설명하기 위해 사랑이 여덟 번이나 쓰인 거 보니 역시 나는 어쩔 수 없이 구리구나라고 생각을 해본다. 나는 이런 농담을 사랑한다. 그게 뭐야라는 반응이 나오는 별 의미 없지만 괜히 말을 가지고 노는 듯 한 느낌을 가진 무형의 놀이. 상상, 우주.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건진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 이렇게 되었다.
으.. 사랑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