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불타는지성인 Jan 03. 2021

북극곰이 정말 콜라를 먹는다
영화 해치지않아

동물원 속의 동물들을 신기하다며 구경했었다. 많은 동물 중 강렬한 기억은 서울대공원에서 봤던 사자였다. 

나는 라이온 킹을 좋아한다. 사자라고 하면 금방이라도 근엄한 무파사와 자유로운 심바를 떠올렸다. 티몬과 품바와 친구도 하고 날라가 좋아하는 심바는 내가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였다. 

현실 속 사자는 저 멀리 바닥에서 누워만 있었다. 나와 멀리 떨어져 있는 사자를 확대해서 찍으면 화질이 깨졌다. 그렇다고 사자 부분만 자르면 풍경이 안 보여서 멋이 없었다. 나는 멋진 사자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지만 멀리서 멍하게 쉬고 있는 사자에 만족했어야 했었다. 상상 속의 사자와는 너무나 다름을 실감했다. 

흔히 볼 수 없는 동물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동물원에서 보는 동물을 좋아했다. 또 한편으론 갇혀 있는 동물의 삶이 어떨지 궁금했다. 그럴 때마다 동물원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동물을 보호하는 곳이라 생각했지만, 자유롭게 뛰어다니며 먹이를 먹는 동물들의 모습도 떠올렸다.

동물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동물들과 공존한다. 우선 입장소에서 직원을 만난다. 경비, 경호원이나 청소부들도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사육사와 수의사들과 또한 동물원을 관리하는 경영진 등이 있을 것이다. 그 뒤에는 법인이나 투자자들이 있을 것이다. 영화 <해치지 않아>는 코믹하지만 가볍지도 않고 무겁지도 않게 이 점을 배우들의 대사만으로 설명을 해준다. 지배구조나 구조에 대해서 낯선 관객들에게 어느 정도 기본을 알려줘서 친절하단 생각이 들었다. 또한 출연진 리스트엔 멜로가체질에서 나왔던 안재홍, 전여빈 또 좋아하는 강소라, 김성오라는 배우가 나와서 기대하는 마음으로 보게 되었다.

영화 <해치지 않아>는 현실적인 면으로 망해가는 동물원을 스케치했지만 안재홍의 엉뚱한 상상으로 가득 색칠 한 황당하지만 재밌는 영화다. 

이런 면에서 영화의 상상에 대해서 조금 궁금해졌다. 영화에서 상상은 어디까지 허용이 될 것인가. 과연 저 영화 속의 저 엑스트라들은 주연배우들의 엉뚱함에 빠져들 정도로 완벽한 설득일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아. 그럴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에는 각자의 허용선이 있을 것이다. 그럴 수도 있겠다. 가 많으면 많아질수록 개연성과 설득적인 면에서 떨어진다. 억지 이야기가 되는 것을 막아야 하는 것은 결국 시나리오의 역할이다. 영화 <해치지않아>는 그 선을 묘하게 타고 진행된다. 당연한 말이지만 등장인물이 다들 뻔하면 이야기는 단순해지고 그저 그런 엔딩이 된다. 

만약 주인공에게 닥친 위기와 등장인물들의 갈등이 너무 쉽게 해결된다면. 

목을 조여왔던 주인공에게 닥친 사건이 너무나 쉽게 풀린다면. 나는 그때부터 영화가 끝날 때까지 힘이 많이 풀릴 것 같고 집중력도 떨어질 것 같다. 결국 예상되는 엔딩이 되는 그런 뻔한 엔딩을 기대하진 않아서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큰 사건 없이 착한 마음으로 가득한 휴머니즘 영화는 그런대로 울림과 메시지를 줄 수는 있다. 이토록 고생하고 힘들게 촬영을 했을 것 같은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호모 사피엔스들은 엄청난 살인을 하며 살아왔다. 눈에 보이는 건 모두 살인을 했다. 그랬던 호모 사피엔스들은시간이 지나 반려동물이라는 달콤한 말로 동물을 기르고 있다. 그러나 해마다 주인을 잃는 동물들의 수는 급증하고 있다. 빛과 어둠은 공존한다. 어둠에는 당연히 책임이 따라야 한다.

얼마나 많은 이기심들이 지구에서 공존할 동물들의 생명을 위협할까. 

동물들의 미래는 인간의 미래보다 우울하다. 가장 대표적으로 북극곰이 북극에서 삶을 잃어가고 있다는 소식은 유명하다. 아마 자연진화적인 면에서 북극을 택한 것이 그들의 종을 이어가는데 유리했었을 것이다. 거기에는 많은 북극곰 외에도 많은 포유류들이 살고 있으니. 하지만 시간이 흘러서 얼음이 녹고 있다. 북극곰을 보호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그들이 살아갈 수 있는 삶의 터전을 제공하는 것? 

아마 여기에 동물원의 미래가 있다고 본다.

지구에서 유일하게 지적인 활동을 하며, 언어를 교환하고 성찰할 수 있는 종교를 가졌으며, 과학을 발전시키는 지능과 이기적이지만 또 한 편으론 측은지심을 가진 인간이 할 수 있는 일. 더 이상 늦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구라는 동물원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야된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꺼내지 못했던 한 줌의 꿈> 영화 라라랜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