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달 동안 내 머릿속에는 복싱을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보통 이런 마음은 시간이 지나면 옅어지면서 없었던 일로 되곤 하지만 복싱을 하고자 하는 마음은 다행히 오래 머물러 있었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운동할 거리를 찾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운동이 없는 삶은 단순해지는데, 달리기를 한 참 했을 때랑 비교하면 지금의 시간을 참 단순하게 보내고 있구나라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운동을 하는 내 모습이 어색하다. 몸치의 특성상 몸을 움직여야 하는 타이밍에 어색하게 움직이기 때문이고 내가 평소 쓰지 않는 근육이나 자세가 이상하진 않을까 혹은 웃기게 보이지 않을까라는 신경을 쓰게 된다. 그래서 헬스장은 이런 눈치를 보는 내게 가장 취약한 곳이었다. 아무도 나에게 신경을 쓰진 않겠지만, 헬스장을 가서 옷을 갈아입고 헬스기구를 이용하는 움직임이 흥미가 붙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두 번이나 몇 개월을 등록하고 몇 번 나가지 않던 나의 귀찮음을 아니까 어딘가를 등록해서 다닌다는 게 내게 맞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루는 야근하니까, 하루는 피곤하니까, 하루는 오늘만 그렇게 하루하루가 쌓여서 금방 시간이 지나면 등록기간은 끝나 있었다.
이런 과거가 있으니 2달간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고 머릿속으로 변명을 그렸다. 그래서 등록을 하러 간 날, 나는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는 새로운 다짐을 하고 마지막으로 시작하는 날을 내일로 미뤘다. 오늘 등록했으니까 오늘은 쉬고 내일부터 하겠다는 내일부터 진짜 열심히 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아무튼 당일날이 되자,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귀찮음이 또 생겼지만, 저녁을 먹고 바로 체육관으로 향했다. 언제나 처음은 새로운 의미를 가져다준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오랜 고민을 끝내고 하는 길이 예상보다는 기분이 좋았다.
줄넘기부터 한다던 주변 사람들의 말과는 달리, 요즘에는 곧바로 자세와 스텝과 원 투 펀치를 가르쳤다. 내가 주먹을 써본 건 펀치게임뿐이었는데 그마저도 못한다는 것은 얼마나 내가 평화주의자인지 말해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원은 가볍게 투는 어깨와 허리 그리고 뒤쪽 발이 살짝 돌아가게 하면서 뻗는 자세를 하는데 생각보다 어색했지만 나름대로 자세를 잡으면서 하니까 정말 복싱을 배우는구나 싶었다.
그 뒤로 스텝 스텝 원 투 펀치를 반복하며 앞으로 나아갔는데 거울을 보면서 집중하니까 회사에서 하루 종일 모니터만 보다가 내가 내 의지대로 움직이는 모습에 집중하는 시간이 상당히 내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는 맨몸 운동도 괜찮았다. 그 맨몸 운동 배우려고 피티 몇십만 원 주고 그랬는데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는 다짐을 하며 집으로 갔다. 당분간 재미있게 다닐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