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루고 싶은 것은
내가 싱가포르의 외국계 IT 회사에 면접을 볼때, 밤잠을 설치며 가기 원했던 때가 생각이 난다. 길고 길었던 면접의 시간들, 그리고 싱가포르에 오기 위해 준비하던 2달여의 시간들. 그때도 그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할지 잘 알고 있었고, 그 다시 안올 시간들을 후회없이 보내기 위해 노력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이제 그렇게 오고 싶었던 회사에 와서 6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3번째 분기가 시작되었다. 외국계 회사의 Sales들은 분기 인생을 살고 있기에 새로운 분기가 시작되면, 늘 새로운 기분이 든다.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당시를 생각해보면, 난 이미 이 우리회사의 서비스를 한국에 어떻게 런칭할 것인지에 대해 플랜을 다 준비한 상태에 있었다. 그래서 입사하자마자 속도를 낼 수 있었고, 거침없이 진도를 나갈 수 있었다. 매니저는 그들 중에선 가장 한국의 전문가인 내가 하는 일에 어느 것 하나 제지하지 않았고, 나는 자신있게 내 플랜을 실현해나갔다.빠르게 내가 원하는 파트너사들을 온보딩 시켰고, 11개의 파트너사가 온보딩 한 후에는 파트너 training등을 통해 빠르게 시장에 나갈 수 있는 준비를 시켰다. 그 후 공식적인 1st Partner Kick Off 행사를 통해 파트너들과 힘차게 비즈니스를 시작하였다. 아래 과정을 2개월 정도 만에 모두 소화해내었고, 분기가 끝났을때는 약 몇배에 가까운 성장을 할 수 있었다.
1. Partner Recruitment - 각 마켓별 전문 파트너사들이 조인하였다.
2. Partner Enablement - Sales & Presales training 이 제공되었다.
3. Kick Off - 공식적으로 파트너사들에게 함께 사업의 시작을 알렸다.
4. Vertical Strategies - Media, Cosmetic Manufacturing , Edu Tech 이 3개의 산업군에 세미나 및 PoC등이 진행되었다.
5. Digital Marketing launching - Key words 광고 및 SNS 광고등이 시작되었다.
몇배 라는 성장을 만들어내니 욕심이 생겼다. 한국이 내가 오기전에는 말레이시아 매출 정도 수준의 아시아 전체에서 제일 매출이 작은 국가 중에 하나였다. 하지만 이제 아시아에서 일본, 호주 다음의 3번째로 매출이 큰 국가가 되었다. 물론 이것은 한국의 총판사의 많은 인원들이 함께 노력해준 결과였지만, 나는 1분기가 끝날때쯤 스스로의 욕심에 갇혀버렸다. 본사의 부사장님께서 싱가포르에 오셨을때, 나는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가 될 것이다"라는 말로 한국 비즈니스의 브리핑을 시작했다. 나는 거침없이 내 야망을 풀어나갔다. 내가 한국의 2020년 플랜을 발표할때, 우리 부사장님의 표정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뒤로 기대서 앉아계셨던 그 분은, 어느새 안경을 끼신곤, 화면을 자세히 쳐다보셨다. 질문도 많이 주셨고, 관심을 크게 가져주셨다. 끝나고 나서는 이 플랜대로라면은 자신의 priority 는 이제 한국이 되야겠다며, 아낌없이 지원해주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나는 이 말씀이 지나가는 말로 하신 거라 생각했는데, 그 다음날, 내가 2개월 전에 보냈던 메일에 대해서 답장을 해주셨고, 1분기가 끝났을때는, 일본 도쿄에서 나는 한국의 성장에 대해서 APAC의 동료들이 모두 있는 가운데 발표해야 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2분기가 되었고, 본사가 한국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한국의 고객사들을 위한 성능개선 관련된 테스트도 있었고, PR에 대한 부분도 일본에서 PR Agency를 지원해주겠다며, 많은 팀들의 지원이 생기기 시작했다. 특히 본사와의 성능 테스트는 정말 많은 인원이 투입되어, 정신없이 진행되었다. 많은 본사의 엔지니어들이 한국 시장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도와주고 싶어했다. 그런 그들의 도움으로 한국의 속도가 지금은 조금 더 빨라졌다.
그런 와중에 코로나가 터지고, 난 한국에서의 영업 활동을 잠시 접고, 급하게 싱가포르로 3월 3일에 돌아와야만 했다. 당연히 매출은 생각만큼 나오지 않게 되었고, 나는 초조해졌다. 무조건 성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하루종일 싱가포르에서 전화기를 붙들고 살아야만 했다. 결국 성장을 만들어냈지만, 1분기때처럼 그런 극적인 느낌은 없었다. 어떻게보면 다행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내가 이번에도 만약 큰 성장을 만들어냈다면, 난 이번 3번째 분기에 더 큰 압박을 받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사업의 속도를 조절해서 느리게 가겠다고 확실히 마음먹은 것도 아니다. 이곳에서 100m 달리기 하듯 빠르게 성과를 내서 그 좋은 성과를 바탕으로 다른 곳에서 더 좋은 기회를 가질 수도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마라톤을 하듯 일정한 페이스로 쭉 이 회사에서 계속 롱런하는 것도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