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eNGdol Feb 29. 2024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기

ADHD, 변화의 시작

ADHD 진단 직전, 나는 우울증 증상이 너무 심해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하루 종일 가슴을 쥐어짜는 통증과 나를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게 하는 불안감은 늘 나를 쫓아다녔다.


하지만, ADHD 진단을 받은 이후 거짓말처럼 마음이 편해졌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요새는 바빠서 더 이상 내 증상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오늘은 오랜만에 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았다. 선생님은 여느 때처럼 나의 상태에 대한 질문으로 상담을 시작하셨다. 과거의 나였다면 괜찮지 않은데도 괜찮다고 대답했을 게 분명했지만, 오늘은 정말 괜찮았다. 어느 때보다도 마음이 편안했다.


상담 중에 나는 최근의 고민거리에 대해 말했다.

"선생님, 저는 한 가지 일에 집중하지 못해서 그 점이 가장 어려워요."


선생님은 반문하셨다.

"글쎄요, 시나리오를 쓸 때는 오히려 여러 생각을 많이 떠올리는 성향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이번에 처음 하신 말씀이 아니다. 하지만 오늘은 선생님의 질문이 다르게 들렸다. 단순한 위로의 말이 아니라, 이 질문에 대해 대답하는 것도 치료의 과정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자 생각이 달라졌다.


"네, 맞아요. 생각해 보니 그런 것도 같아요."


약물 치료를 시작하기로 결정했을 때, 선생님께서는 약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지 말고 좋은 습관을 많이 만들어두자고 이야기하셨었다. 선생님은 그 때 이야기를 언급하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한 가지 일을 끝내기 어려우면 중간에 다른 일을 해도 괜찮아요. 대신 하던 일을 까먹지 않도록 잘 보이는 곳에 메모를 붙여두는 습관을 들여볼까요?“


그리고는 덧붙여 말씀하셨다.


“자신의 특성을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면 좋을 것 같아요."


과연, 명답이었다. 며칠 내내 내 머릿속을 복잡하게 했던 고민들이 슬며시 사라졌다. 그리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내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기. 이제부터 정말 내 삶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이전 03화 이제 와서야 보이는 것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