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변화의 시작
ADHD 진단 직전, 나는 우울증 증상이 너무 심해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하루 종일 가슴을 쥐어짜는 통증과 나를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게 하는 불안감은 늘 나를 쫓아다녔다.
하지만, ADHD 진단을 받은 이후 거짓말처럼 마음이 편해졌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요새는 바빠서 더 이상 내 증상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오늘은 오랜만에 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았다. 선생님은 여느 때처럼 나의 상태에 대한 질문으로 상담을 시작하셨다. 과거의 나였다면 괜찮지 않은데도 괜찮다고 대답했을 게 분명했지만, 오늘은 정말 괜찮았다. 어느 때보다도 마음이 편안했다.
상담 중에 나는 최근의 고민거리에 대해 말했다.
"선생님, 저는 한 가지 일에 집중하지 못해서 그 점이 가장 어려워요."
선생님은 반문하셨다.
"글쎄요, 시나리오를 쓸 때는 오히려 여러 생각을 많이 떠올리는 성향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이번에 처음 하신 말씀이 아니다. 하지만 오늘은 선생님의 질문이 다르게 들렸다. 단순한 위로의 말이 아니라, 이 질문에 대해 대답하는 것도 치료의 과정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자 생각이 달라졌다.
"네, 맞아요. 생각해 보니 그런 것도 같아요."
약물 치료를 시작하기로 결정했을 때, 선생님께서는 약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지 말고 좋은 습관을 많이 만들어두자고 이야기하셨었다. 선생님은 그 때 이야기를 언급하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한 가지 일을 끝내기 어려우면 중간에 다른 일을 해도 괜찮아요. 대신 하던 일을 까먹지 않도록 잘 보이는 곳에 메모를 붙여두는 습관을 들여볼까요?“
그리고는 덧붙여 말씀하셨다.
“자신의 특성을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면 좋을 것 같아요."
과연, 명답이었다. 며칠 내내 내 머릿속을 복잡하게 했던 고민들이 슬며시 사라졌다. 그리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내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기. 이제부터 정말 내 삶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