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ADHD인의 어린 시절
어린 시절, 나는 종종 부모님의 꾸중을 듣곤 했다. TV에 너무 몰두해 엄마가 몇 번이나 불러도 듣지 못했고, 식사 중에도 멍하니 다른 생각에 잠기곤 했다. 자주 물건을 잃어버리고, 정리정돈이 서툴러 늘 잔소리를 듣는 일이 일상이었다. 그 당시의 나는 정말이지, 많은 관심이 필요한 아이였다.
ADHD 진단을 받고 어머니께 전화로 그 소식을 전했을 때, 어머니는 “그래서 그랬구나”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 한마디가 나 자신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나는 오랫동안 내가 남들과 다른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다.
CAT 검사 결과가 나왔을 때, 선생님께서 속상하지 않느냐고 물으셨다. 나는 오히려 후련했다. 난 이상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냥 남들과 조금 다른 것, 그뿐이었다. 원인 모를 지긋지긋한 우울증과 공황장애의 근원적인 원인을 지금이라도 찾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ADHD 약물을 복용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실제로 우울증 약도 많이 줄이고 증상도 호전되고 있다. 콘서타를 처음 복용하고 나서 나도 침착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다른 사람들은 다 이렇게 사는 건가 싶어 조금 억울한 마음도 들었다. 그래도 이 모든 게 ADHD 때문이었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위안이 됐다. 내가 이상한 사람이 아니었다니!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 때문에 스스로를 실패자라고 생각하고 미워했던 지난날들을 되돌아보니 나 자신에게 미안해졌다. 이제는 하루에도 몇 번씩 핸드폰을 어디에 뒀는지 찾아다니는 내 모습도 어느 정도는 사랑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ADHD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 내 삶의 일부이며, 이제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