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eNGdol Feb 29. 2024

이제 와서야 보이는 것들

성인 ADHD인의 어린 시절

 어린 시절, 나는 종종 부모님의 꾸중을 듣곤 했다. TV에 너무 몰두해 엄마가 몇 번이나 불러도 듣지 못했고, 식사 중에도 멍하니 다른 생각에 잠기곤 했다. 자주 물건을 잃어버리고, 정리정돈이 서툴러 늘 잔소리를 듣는 일이 일상이었다. 그 당시의 나는, 정말이지, 많은 관심이 필요한 아이였다.


 ADHD 진단을 받고 어머니께 전화로 그 소식을 전했을 때, 어머니는 “그래서 그랬구나”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 한마디가 나 자신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나는 오랫동안 내가 남들과 다른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다.


 CAT 검사 결과가 나왔을 때, 선생님께서 속상하지 않느냐고 물으셨다. 나는 오히려 후련했다. 난 이상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냥 남들과 조금 다른 것, 그뿐이었다. 원인 모를 지긋지긋한 우울증과 공황장애의 근원적인 원인을 지금이라도 찾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ADHD 약물을 복용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실제로 우울증 약도 많이 줄이고 증상도 호전되고 있다. 콘서타를 처음 복용하고 나서 나도 침착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다른 사람들은 다 이렇게 사는 건가 싶어 조금 억울한 마음도 들었다. 그래도 이 모든 게 ADHD 때문이었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위안이 됐다. 내가 이상한 사람이 아니었다니!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 때문에 스스로를 실패자라고 생각하고 미워했던 지난날들을 되돌아보니 나 자신에게 미안해졌다. 이제는 하루에도 몇 번씩 핸드폰을 어디에 뒀는지 찾아다니는 내 모습도 어느 정도는 사랑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ADHD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 내 삶의 일부이며, 이제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로 했다.

이전 02화 세상에 필요 없는 사람은 없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