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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미친놈 소리 들을까 봐 고이 숨겨둔 개인적 생각

by 멘탈마이닝

2004년,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나는 새벽 1시 야자를 마치면 집까지 걸어왔다.

학교에서 집까지 이어진 산복도로를 따라 걸으며 밤하늘을 보곤 했다.

"저 별빛들이 내 눈까지 오는 시간은 몇백 광년이라고 하는데... 우주의 광활함에 비하면 지구는 얼마나 작은 거고?", "먼지 같은 지구에서 내가 못 할 일이 뭐가 있겠노?"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터벅터벅 걸었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2006년 늦가을, 서늘한 공기가 감돌던 어느 청명한 밤.

당시 나는 해병 2사단 김포 끝자락에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었다. 빛공해가 적어 밤하늘을 자주 올려다보곤 했다. 별똥별이 평소에도 간간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그날 밤도 그렇게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현재란 도대체 뭐지?"


밤하늘의 별빛이 내 눈까지 오는 시간이 수광년, 태양빛이 지구까지 오는데 8분, 눈앞의 물체도 반사된 빛이 내 눈까지 오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촉감도 마찬가지, 물체를 만지는 순간 감각신경을 통해 뇌에서 인식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나는 과거에 둘러싸여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수많은 과거의 조각 속에서 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는 무엇일까 생각했다. 그 당시 내린 결론은 이랬다.

"현재는 존재 그 자체다. 내가 존재한다는 그 사실이 현재이고 그 외 내가 느끼는 모든 것은 과거다."


지금도 생각은 그때와 비슷하다.

현재를 충실히 산다는 것은 나의 존재를 귀하게 여기는 것이다.

사회적인 성공을 이루었든. 비참한 삶을 살고 있든 사람은 누구나 존재 자체가 위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과거에 얽매이고, 핑크빛 미래만을 바라보며

정작 중요한 현재, 나라는 존재를 마냥 방치하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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