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소연 Feb 25. 2019

몰입감 있는 30초 보고 : 전달력 ②

포스트잇 기법의 유용성


# 좋은 소식을 전해도 클라이언트(상사)가 짜증을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안 좋은 소식을 전할 때 클라이언트(상사)가 히스테리를 부리는 건 뭐... 아예 이해 못할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좋은 소식을 전하면서도 면박을 당하면 곤란하겠죠. 다음은 이규명 팀장의 사례입니다. 
내 말의 어느 포인트에서 기분이 바뀌는지 모르겠다 (사진 픽사베이)


오늘은 좋은 소식이다. 오랜만에 가벼운 마음으로 최 대리가 건네 준 결재판을 들고 본부장에게 찾아갔다.  그동안 평창 프로젝트의 가장 큰 난관 중에 하나가 시설 용도를 변경하는 문제였는데, 완고했던 담당 공무원의 입장이 이번 주부터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그동안 최 대리와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모른다. 본부장이 이걸 알아줘야 하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똑똑, 문을 두드리고 자신 있게 들어갔다. 본부장이 스마트폰으로 뭔가를 입력하고 있다.


“본부장님, 평창 프로젝트 보고하려고 왔습니다.” 본부장은 평창 프로젝트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미간이 찌푸려진다. 나는 서둘러 덧붙인다. 


“그동안 평창 프로젝트는 시설용도 변경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인허가 공무원이 허가를 계속 거절하고 있었는데, 주요 반대 논리는 기존에 허가한 사례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정확하게 파악하려고 전문가들을 찾아 자문을 구해봤습니다.”

“......”

“전문가들은 이런 경우 허가를 안 해주는 경우가 많기 하지만 아예 선례가 없는 건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기존에 비슷한 사업을 수행했던 담당자들을 만나 여러 차례 미팅을 진행했습니다.”


잠깐, 뭐하시는 거지? 중요한 일인데
왜 제대로 안 듣고 있는 거야?
도대체 왜 때문에?!! (사진 픽사베이)

본부장은 듣는 등 마는 둥 다시 휴대폰을 들어 뭔가를 입력하기 시작했다. 나는 초조한 마음이 들어서 말이 빨라졌다. 


 “담당자들의 협조를 얻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일주일 내내 회의를 한 결과 설득할 만한 논리와 자료를 준비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래서 담당 공무원을 저번 주에 만나 설명을 했는데,”

“이 팀장, 그래서 도대체 결론이 뭐지? 왜 이 얘기를 듣고 있어야 하는 건지 모르겠네. 바쁘니까 요점만 말해.”


“아, 죄송합니다. 담당 공무원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입장을 바꿨습니다.”

“긍정적으로 검토? 검토? 그럼 아직도 확실치 않다는 얘기 아닌가?”


“그래도 절대 안 된다고 했던 공무원이 이 정도로 입장을 바꾼 것은 확실히 놀라운 변화이고, 사실상 된다고 봐야 된,”

“어허, 이 팀장! 내가 부사장님께 아직도 검토 중이라고 한심하게 대답해야겠어? 당장 사업 시작 예정일이 석 달 뒤인데? 참나, 일 답답하게 하는구먼. 담당 국장이 누구야? 내가 직접 설명하지. 아까 말한 자료 정리한 거나 가져와.”


본부장은 화를 내며 결재판을 큰 소리 나게 책상에 탁 놓았다. 사실 긍정적 검토라고 표현했지만, 국장까지 승인을 했기 때문에 99% 성공이라고 봐야 했다. 이 결과를 얻기 위해서 그동안 우리 팀은 아는 인맥을 총동원해서 사례를 연구하고 입에 단내가 나도록 전화를 돌렸다. 그런 노력이 우습게도 본부장의 화만 돋우고 말았으니 기운이 빠졌다. 뭔가 더 얘기하려고 입을 달싹거렸지만 본부장이 나를 노려보는 얼굴을 보자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방을 나섰다.  <승진의 정석 본문 中>




# 얘기의 순서를 바뀌면 이상하게 반응도 바뀐다


저번 글 기억나시죠?


상사들은 주의력결핍장애가 있기 때문에
중요한 걸 30초 안에 얘기해야 한다고요. 
너에게 30초를 주지. 그 이후 딴 생각을 하거나 화를 내겠어 (사진 픽사베이)


이규명 팀장은 우리 팀이 얼마나 고생했는지를 구구절절 설명한 후 마지막에 좋은 소식을 딱! 얘기하고 싶었죠. 


하지만 상대방은 그 사실에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오히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점점 화가 치밀어오르죠.


얘기가 길어지는 거 보니
변명하려는 건가 보지?!!
하아.. 난 또 부사장한테
가루처럼 까이겠구나. 


그러니 짜증으로 가득 찬 마음에 좋은 소식을 들어봤자 그중에 거슬리는 부분만 크게 보이는 거죠.


그러니 이규명 팀장은 가장 중요한 걸 맨 먼저 얘기했어야 합니다. 바로 이렇게 말이죠.


"본부장님, 평창 프로젝트 인허가 관련해서 좋은 진척이 있어 보고 드립니다. (결론) 

그동안 시설용도 변경 인허가가 가장 큰 어려움이었는데, 담당 부처에서 허가해주는 쪽으로 입장을 바꾸었습니다. 국장급까지 승인이 되었으니 99% 됐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가장 궁금할 이야기) ”


본부장은 당연히 좋아할 것이고 어떻게 된 건지 궁금해져서 더 얘기를 듣고 싶어 할 테죠. 자랑은 이때 덧붙이는 겁니다. 


"담당 공무원이 얼마나 까다로운지 사실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선례가 없어서 무조건 안 된다는 입장이었거든요. (자랑 1 : 까다로운 담당 공무원을 설득했다). 

그런데 전문가들도 계속 만나고, 기존 유사 프로젝트 담당자들도 찾아다니다 보니 선례가 꽤 있더라고요.(자랑 2 : 전문가 등을 발로 뛰며 찾아다녔다) 

그걸 들고 담당자를 꾸준히 설득했습니다. 이번에 팀원들이 정말 열심히 뛰어줬습니다. (자랑 3 : 팀 전체가 고생 많이 했다). 

허가 승인이 나면 조촐한 회식이라도 하려고 합니다. (설마 모른척 할거야?)” 


앞에 얘기한 내용과 거의 똑같습니다. 근데 전혀 다르게 들리시죠? 상사 입장에서는 더 다릅니다. 




# 30초 보고를 위한 포스트잇 활용법


저는 포스트잇을 활용하는 걸 추천드립니다. 보고 전에 보고 요지를 포스트잇 안에 메모하고 들어가세요. 

포스트잇을 활용하면 보고가 쉬워진다 (사진 픽사 베이)
WHY(왜 보고하러 왔나) : A 프로젝트 인허가 관련 ⇨ 좋은 진척
WHAT(무슨 일이 있나) : 인허가 승인 99% 완료 (국장 승인)
HOW(어떻게 했나): 전문가 미팅, 경험자 미팅, 담당 공무원 설득


들어가서 이 순서대로 얘기하면 상사가 딴짓하는 경우는 급격히 줄어들 겁니다. 


그리고 제 경험에 따르면 안 좋은 소식을 전할 때 더 효과적이더라고요 :)



(1) 구독과 공유는 작가에게 큰 응원이 됩니다 :)

(2) [승진의 정석] 내용을 기반으로 작성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