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좌충우돌 멘토링』 스물한번째 글
그날 그는 평소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다.
커피잔을 잡은 손끝이 유난히 힘이 없어 보였다.
스타트업을 시작한 지 이제 6개월,
하루하루 버티는 게 기적이라는 듯한 눈빛이었다.
“이제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왜 시작했는지도 잘 기억이 안 나고요...
그냥... 제 자신이 너무 한심해요.”
그는 마케터 출신의 기술 창업자였다.
초기엔 빠르게 MVP를 만들고,
지인 위주의 테스터까지 확보했지만
시장 반응은 ‘미적지근’했고,
함께했던 공동창업자는 몇 달 전 조용히 회사를 나갔다.
“전부 다 제 탓 같아요.”
창업 초기에 자주 듣는 이야기다.
성공한 사람들도 대부분 거쳤던 그 시점.
성과는 없고, 조언은 많고, 확신은 사라지고,
심지어 내 존재 자체가 무가치해 보일 때.
나는 그에게 물었다.
“하루 중 가장 무기력해지는 순간이 언제인가요?”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카톡 확인하고...
‘누가 탈퇴했을까’ 두려워질 때요.”
나는 가방에서 작은 노트를 꺼내 그에게 건넸다.
표지는 낡았지만, 안에는 내가 수십 명의 창업자들과
주고받았던 대화와 짧은 문장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그 가운데
나는 가장 많이, 그리고 자주 꺼냈던 문장을 보여줬다.
“당신은 아직 실패한 게 아니라, 피드백 중인 것입니다.”
그 문장을 읽던 그의 눈이 잠시 멈췄다.
입술을 깨물던 그가,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피드백...이라.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은 없네요.”
그리고 잠시 후,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조금 더 가볼게요. 한 걸음만.”
멘토는 창업자를 ‘이기게’ 하는 존재가 아니다.
무너지지 않도록, 다시 시작할 용기를 ‘기억나게’ 해주는 사람이다.
그날 그는 조금 더 나아갔고,
나는 또 하나의 문장을 가슴속에 새겼다.
“당신의 오늘은 피드백 중입니다. 괜찮습니다.”
- 멘토 K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