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켠’의 스물여섯 번째 시,
강의차 들른 강릉 옥계,
바다는 여전히 푸르렀지만
사람이 빠진 해변은
낯설 만큼 조용했다.
여름 내내 북적이던 모래사장은
파도의 발자국만 남겨두고
텅 빈 운동장처럼 넓게 펼쳐져 있었다.
바람은 차분했고,
파도는 마치 제 집을 되찾은 듯
차례차례 해안을 두드렸다.
나는 강의 준비로 복잡했던 머리를
그 하늘에 잠시 내려놓았다.
아무 장식도 없는 파란 하늘,
끝이 보이지 않는 수평선은
내가 잊고 있던 여백을 일깨웠다.
사람들이 떠난 자리에서
바다는 더욱 바다다웠고,
하늘은 더 파랬다.
성수기의 소음이 지워지고 나서야
비로소 본모습을 드러내는 풍경처럼
나 또한 잠시나마
내 속의 고요를 마주할 수 있었다.
짧은 일정,
돌아가야 할 현실은 여전했지만
그날의 하늘은 분명 내 마음 어딘가에
조용히 남아 있었다.
그 파란빛은 오래도록
내 삶을 조금 덜 무겁게 해주리라.
- 한켠의 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