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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좋은 직원을 잃고 나서야 알게 된 것들

『스타트업 좌충우돌 멘토링_2』 서른 다섯번째 이야기

by 멘토K


“그 친구… 결국 나갔어요.”

그 말에 사무실이 한동안 정적에 잠겼다.

몇 달 전, 난 그 대표의 팀을 멘토링하고 있었다.


초기 스타트업답게 인원은 5명, 거의 창업멤버 급이었다.

그중 유독 눈에 띄는 친구가 있었다.


묵묵히 일하지만 누구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일 처리를 해내는 친구.

고객 CS부터 운영, 심지어 기획 피드백까지도 잘 챙기던.


나는 농담처럼 말했었다.

“그 친구, 창업하면 잘 될 수도 있겠는데요”


대표는 웃었지만, 왠지 모르게 씁쓸한 표정이었다.


3개월 후, 그는 나를 찾아와 조용히 털어놓았다.


“그 친구가 회사를 나갔어요.

결국 말 한마디 못 붙잡고 그냥… 보내버렸네요.”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묻자, 대표는 이런 이야기를 꺼냈다.


“힘든 건 알았어요.

하지만, 다들 바쁘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했죠.

고맙다는 말을 해야 하는 순간엔

지적할 일이 먼저였고,

격려할 타이밍에는 마감 일정이 급했어요.”


그 친구는 결국 아무 말 없이 퇴사 메일 하나 남기고 떠났다.

내용은 딱 두 줄.


대표님, 함께한 시간 감사했습니다.

이제 제 시간을 살아보려 합니다.


이야기를 듣고 난 뒤, 조용히 이런 말을 해줬다.


“좋은 직원을 떠나보낸 가장 큰 이유는

‘감정의 예산’을 아끼다가 쓴 적 없기 때문이에요.”


스타트업 대표들은 자주 이런 착각에 빠진다.

"좋은 일은 당연하고, 문제는 반드시 지적해야 한다."

"칭찬은 나중에, 먼저 결과를 보여야 한다."


하지만 결국 사람이 움직이는 조직에서,

진짜 동력은 '성취감'이 아니라 '존중감'이다.


그 직원은 돈 때문도, 일이 힘들어서도 아니었다.

“내가 여기서 계속 일해야 할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 대표에게 마지막으로 이런 조언을 남겼다.


“직원들은 월급보다 인정받고 싶어 해요.

그리고 ‘좋은 사람’일수록 조용히 떠나요.

다시 채우기 어려운 사람은,

이미 곁에 있을 때가 가장 소중한 순간입니다.”


요즘 그 대표는 1on1 미팅을 정기적으로 갖고 있다.


그리고 고맙다는 말, 수고했다는 말을 매주 노션에 남긴다.


그 친구는 돌아오지 않았지만,

그 친구가 남긴 ‘공백’은 팀을 성숙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그것도 성장이다.

‘사람이 먼저’라는 말,

스타트업에서도 반드시 지켜야 할 진리임을.


멘토K의 한 마디 조언


“좋은 사람을 놓치지 마세요.

그들은 떠날 때 소리 내지 않습니다.”


- 멘토 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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