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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유능한 직원을 두려워하던 창업자에게

『스타트업 좌충우돌 멘토링_2』 서른 일곱번째 글

by 멘토K


“대표님, 혹시… 팀원 중 누가 대표님보다 더 잘 나갈까 봐 걱정하신 적 있으세요?”


어느 스타트업 대표와의 1:1 멘토링 중, 내가 조심스럽게 던진 질문이었다.

그는 살짝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있어요. 저보다 똑똑하고, 인맥도 넓고, 말도 잘하고… 그런 친구가 생기면, 자꾸 신경이 쓰입니다.”
“그럼 그 친구를 인정하기보단, 통제하려 들죠?”
“예… 그게 문제인 건 아는데, 잘 안되더라고요.”


사실, 이런 이야기는 스타트업 대표들 사이에서 은근히 자주 들린다.
특히 창업 초기에 모든 걸 스스로 해온 대표일수록, 처음으로 ‘자기보다 유능한 직원’이 나타났을 때 혼란스러워진다.


“내가 이 회사를 만든 사람인데, 어느새 내가 중심이 아니게 되는 건 아닐까?”
이 불안은 곧 두려움, 그리고 불신으로 이어지고, 결국엔 퇴사로 끝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어느 팀의 사례를 보자.
창업 2년 차에 접어든 스타트업 A사의 대표는, 마케팅 출신의 뛰어난 인재를 팀장으로 영입했다.
그 팀장은 입사 3개월 만에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렸고, 고객 전환율도 높였다.

그런데 문제는 실력이 아니라, ‘존재감’이었다.

“대표님은 뭐 하세요?”
“요즘 대표님보다 팀장님이 더 멋져 보여요!”


이런 말을 들을수록 대표는 불편해졌다.
결국 그 팀장은 6개월 만에 회사를 떠났고, 남은 건 성과보다 큰 상처였다.
대표는 멘토링 말미에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아쉬움이 커요. 그 친구를 제대로 날게 해줬다면, 회사가 더 커졌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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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 내가 꼭 전하는 말이 있다.

“당신이 만든 회사가 당신만의 회사가 아니라,
누군가의 가능성이 자랄 수 있는 무대가 되는 순간, 진짜 ‘회사’가 됩니다.”


유능한 인재를 통제하려 하지 말고, 함께 성장하려는 마인드셋이 필요하다.
당신보다 더 잘하는 사람이 들어오면, 그것은 위협이 아니라 기회다.
당신 혼자 달리던 레이스에, 함께 뛸 수 있는 선수가 생긴 것이니까.


유능한 직원을 받아들인다는 건
당신의 자리나 권위를 나눠주는 일이 아니라,
당신의 꿈을 더 멀리, 더 빠르게 날려보낼 수 있는 동반자를 맞이하는 일이다.


그날 멘토링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그 대표는 나지막이 이렇게 말했다.

“이젠 두렵기보단, 기대해보려고요.
나보다 더 잘난 친구가 회사에 더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이죠.”


그 한마디가,
그의 진짜 성장의 시작이었다.




멘토K의 말


스타트업 대표의 성장은,
어쩌면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을 포용할 수 있을 때부터 시작됩니다.
진짜 리더는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팀을 빛나게 하는 법을 아는 사람입니다.


- 멘토 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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