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좌충우돌 멘토링_2』 서른 아홉 번째 이야기
“매출은 계속 늘고 있는데, 왜 통장 잔고는 줄어드는 걸까요?”
A 대표는 마치 비 오는 날 신발에 물이 들어온 것처럼 꺼림칙한 얼굴이었다.
요즘 고객 반응도 좋고, 리뷰도 괜찮고, 입소문도 조금씩 타는 중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돈이 남질 않는단다.
“사실 매달 매출은 1억이 넘어요. 직원도 5명이나 되고요. 그런데 어느 날, 카드값 결제일에 잔고가 없더라고요. 순간 숨이 턱 막혔어요.”
A 대표는 ‘매출’이라는 숫자의 기쁨에 취해 ‘현금 흐름’을 놓친 전형적인 사례였다.
흑자도산, 이름은 익숙하지만 막상 당해보면 너무도 현실적인 위기다.
흑자도산은 ‘회계상 이익’이 나고 있어도 실제 ‘현금이 부족해 파산’하는 상황이다.
A 대표의 경우를 다시 살펴보자.
매출이 발생했지만, 대부분 외상 결제였다.
고객이 결제하는 시점은 한 달 뒤였고,
반면 고정비(직원 급여, 임대료, 마케팅비)는 먼저 나갔다.
여기에 무리한 재고 확보와 카드값, 선결제 광고비까지 겹치면서
회사 통장은 점점 말라갔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예전엔 ‘현금흐름표’ 같은 건 투자받을 때 쓰는 거라 생각했거든요.”
나는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지금 통장에 얼마 있죠? 다음 달 나갈 돈은 얼마고, 들어올 돈은 언제 들어오죠?”
그는 대답하지 못했다.
의외로 많은 창업자들이 ‘장부상 이익’만 보지, ‘현금 흐름표’는 외면한다.
심지어 자금계획서를 ‘엑셀 서식’ 정도로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아주 기본적인 가이드를 하나 알려줬다.
체크 항목 설명
월 고정비 총액 급여, 임대료, 고정광고비, 고정 리스료 등
월 예상 현금 유입 실제 입금 예정 매출 (외상 포함)
월 가용 현금 현재 통장 잔액 + 이번 달 입금 예상 - 이번 달 지출 예정
최대 지출 가능 한도 고정비 외 투자비용 여력
스타트업은 이익보다 ‘현금’을 먼저 관리해야 한다.
특히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을수록, 현금 흐름은 더 민감하다.
A 대표는 이후 변화하기 시작했다.
먼저, 카드결제와 외상 비율을 줄였다.
고객 결제 유인을 위해 ‘선결제 혜택’을 일부 도입했고,
마케팅도 '성과 기반'으로 조정했다.
무엇보다 매주 월요일, 자금흐름 회의를 습관처럼 진행했다.
그는 그제야 말했다.
“통장 잔액이 매출보다 더 안심되네요.”
1. 매출은 ‘허상’일 수 있다.
매출이 아닌 ‘입금 기준’으로 사업을 바라봐야 한다.
2. 성장보다 생존이 먼저다.
단기 매출 확대보다 현금 유지가 우선이다. 생존하지 못하면, 기회도 없다.
3. 자금관리는 창업자가 가장 먼저, 가장 오래 붙잡고 있어야 할 과제다.
회계팀이 따로 있는 대기업이 아니라면,
창업자 본인이 매주 ‘현금흐름표’를 들여다봐야 한다.
4. 당신의 통장 잔고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회계도, 마케팅도, 투자유치도 중요하지만
마지막에 당신을 살릴 건 결국 ‘현금’이다.
‘흑자도산’은 남의 얘기가 아니라, 아주 쉽게 내일 우리에게 찾아올 수도 있는 현실이다.
그리고 그 예방은, 지금 이 순간 통장을 다시 들여다보는 것부터 시작된다.
당신의 통장에는 ‘내일’이 남아 있는가?
- 멘토 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