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좌충우돌 멘토링_2』 마흔 번째 이야기,
그날, 그는 피곤한 얼굴로 내 앞에 앉았다.
"대표님, IR 발표 잘 마치셨죠?"
"네… 끝났어요."
말끝이 흐렸다.
승리의 미소 대신, 텅 빈 한숨이 앉아 있었다.
몇 달 동안 피칭덱을 고치고 또 고치며 투자 유치를 준비해 온 팀이었다.
대표는 마치 전투에 나가는 장수처럼 열정을 쏟았고, 팀원들도 그의 열기에 휘말려 밤을 새웠다.
IR 당일, 발표는 무난히 끝났다.
그런데, 돌아온 그의 얼굴엔 성취감이 없었다.
"다들 잘했다고는 해요. 그런데… 끝나고 나니 허무하네요. 이게 전부인가 싶고요."
그는 조용히 커피를 휘저으며 말했다.
나는 잠시 말을 아꼈다.
IR이 끝난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종종 찾아오는, 그 익숙한 '공허함'을 알고 있었다.
돈을 받지 못해서가 아니라, ‘이 정도로 끝인가?’라는 정서적 허기였다.
"대표님, 혹시 IR을 목표로 두고 계셨던 건 아니죠?"
그는 놀란 듯 내 얼굴을 봤다.
"…사실, 그랬던 것 같아요."
많은 창업자들이 IR을 '목표'로 착각한다.
그러나 IR은 목표가 아니라 과정이다.
IR은 단지 투자의 문을 열기 위한 ‘노크’일 뿐,
그 안으로 들어간 후의 치열한 협상과 실적 관리가 진짜 시작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사실은,
투자자는 제품보다 사람을 본다는 점이다.
IR 피칭의 성공 여부는 결국 '대표가 어떤 사람인지',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고 풀어가는지를 믿을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대표님, 오늘의 IR은 잘 끝났어요.
이제 시작이에요. 진짜 고객을 만나고,
진짜 문제를 풀어나가는 여정을 걸어가야 할 시간이에요.”
그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그 공허함 너머로 다시 불이 붙었다.
IR 발표 한 번으로 세상이 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사업의 본질을 더 날카롭게 다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날의 상담이 그에게 그런 시간이었기를 바란다.
♤ IR 피칭은 ‘영업’이 아니라 ‘공감’의 과정이다.
♤ 투자자는 당신의 ‘과거’가 아니라 ‘앞으로의 여정’을 본다.
♤ IR이 끝났다고 안도하지 말고, 시작의 마음으로 고객과 시장을 향해 다시 나아가라.
- 멘토 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