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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진짜 멘토는 해답을 말하지 않는다

『스타트업 좌충우돌 멘토링_2』 마흔 두번째 이야기

by 멘토K


대표님, 제가 보기엔 방향이 틀렸어요.”


그 말에 표정이 일그러진 창업자의 얼굴이 아직도 기억난다.


VC 데모데이 피칭을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대표는 내게 멘토링을 요청했다.


슬라이드는 멀쩡했고, 시장조사 데이터도 그럴듯했지만, 그 안에 ‘창업자의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누가 짜준 것처럼 유려하고, 아무 문제없는 모범 답안 같았다.


“이건 당신의 아이디어가 아니라 누군가의 피칭 참고서 같네요.”


그 말이 상처가 될 줄 알면서도 나는 그렇게 말했던 적이 있다.


스타트업 창업자가 가장 위험한 순간은 해답을 가지고 있는 ‘척’할 때다.


이들은 진짜 문제와 마주하지 않기 위해 ‘누군가가 정리해준 정답’을 가져다 붙이고, 그것으로 버틴다.


하지만 창업은 시험이 아니라 현실이다.

정답이 통하지 않는다.


멘토링이나. 컨설팅시 깊이 있는 질뭇보다는, 답을 주려는 멘토들이 있다.


멘토나 컨설턴트 심지어 평가자 들 중에도 마치 정답을 제시하는 것처럼

“이건 이렇게 하세요”, “저건 이렇게 바꾸세요.”

하는 경우를 종종 접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부분을 정답 인 것 처럼 신뢰하고 '의존'하려는 스타트업들도 종종 접한다.


이러한 의존성은 과연 바람직 할까?



어느 날 한 스타트업 대표가 말했다.


멘토님, 전 요즘 제 스스로 뭔가 판단하기가 두려워요. 계속 확인받아야만 결정하겠어요.”


멘토링이나 컨설팅을 통해 자신감을 가져야 할 그가, 오히려 더 ‘의존적인 창업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대표님은 어떻게 생각해요?”


그동안 나는 멘토링이나 컨설팅 확답보다는 조언, 세부적으로 검토하고 검증하도록 솔루션을 제안해 왔다.


여러 경우 판단은 본인이 하도록 유도하고, 나는 오히려 질문을 던졌다.


“지금 말한 고객은 정말 당신이 생각하는 타깃인가요?” “왜 이 가격으로 정했죠?” “그 피벗, 시장의 반응이 있었나요? 아니면 두려워서 돌린 건가요?”


창업자는 답을 외부에서 찾으려 하고, 멘토는 그들에게 해답을 줘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하지만 진짜 멘토는 해답을 주는 사람이 아니다.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거울을 들어주는 사람이다.


“진짜 멘토는 길을 가르쳐주기보다, 자기 발로 걷게 만든다.”


멘토링 이후 한 대표가 보낸 메시지가 있다.


"멘토님, 처음엔 불친절하게 느껴졌어요. 왜 답을 안 주시나 싶었죠. 근데 한참을 돌아서 제 스스로 그때 질문의 의미를 알게 되었어요. 요즘은 제가 제게 그 질문을 먼저 던집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조금은 멘토라는 말이 부끄럽지 않아졌다.


우리는 종종 지식을 전달하는 걸 멘토링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창업자가 자신의 의사결정에 책임을 지고, 자신만의 논리와 근거를 갖추게 도와주는 일이다.


방향은 여러 개일 수 있고, 정답은 없어도 실험할 수는 있다.


멘토는 방향을 ‘정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방향을 찾을 수 있게 ‘조명’을 비춰주는 사람이다.


에필로그처럼 남기는 한마디


창업자는 생각보다 외롭다.

선택의 연속이고, 실패의 부담은 오롯이 본인의 몫이다.


그 옆에 있는 우리가 해줘야 할 일은 그들이 더 자주, 더 스스로 판단하고 실험해보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야,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

그래야, 투자자 앞에서도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그래야, 진짜 ‘자기만의 길’을 걸을 수 있다.


진짜 멘토는… 그 모든 과정에 함께 걸어주는 사람일 뿐이다.


필진 | 멘토K

스타트업 현장에서 매주 멘토링을 진행하며, 수많은 창업자와 함께 고민하고 부딪혀 왔다. 창업자를 위한 '현장형 인간 멘토링'을 실천하고자 글로도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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