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좌충우돌 멘토링_2』 마흔 네 번째 이야기
“대표님, 지금 책을 읽으실 때가 아니잖아요. 투자자 미팅 준비해야죠.”
나는 고개를 들지 않고 책장을 넘기며 웃었다.
“그러니까 지금 이 책을 읽고 있는 거예요. 투자자는 돈을 보고 오지만, 저는 이 팀을 이끌어야 하니까요.”
며칠 전 일이었다.
한 스타트업 대표가 나를 찾아왔다.
제품도 그럴듯했고, 팀도 젊고 역동적이었다. 그런데 그의 표정은 뭔가에 지친 듯했다.
“자꾸 팀원들이 지적을 해요. ‘대표님은 왜 아무것도 배우려고 하지 않느냐’고요. 제가 뭘 잘못한 걸까요?”
나는 되물었다.
“대표님, 마지막으로 무언가를 진지하게 배운 게 언제죠?”
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 작게 중얼였다.
“…대학교 때?”
스타트업을 창업하면, ‘실행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실행만 하는 사람’과 ‘배우면서 실행하는 사람’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전자는 한계에 부딪히고 멈추고, 후자는 한계를 배움으로 뚫고 나간다.
내가 멘토링했던 어떤 대표는 남몰래 새벽마다 경영학 책을 읽고 있었다.
매일 밤 1시간씩, 브런치와 뉴스레터를 스크랩하며 인사이트를 정리했다.
그런데 팀에서는 그걸 아무도 몰랐다.
어느 날 나는 물었다.
“왜 이걸 팀원들과 공유하지 않으세요?”
그는 말했다.
“배우는 건 저의 약점을 드러내는 것 같아서요.”
스타트업 대표들은 종종 ‘배운다는 것’이 곧 ‘내가 아직 부족하다’는 고백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진짜 강한 사람은 자신의 부족함을 감추지 않는다.
오히려 그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끊임없이 학습하고, 질문하고, 실패로부터 배운다.
내가 아는 또 다른 대표는 회의를 시작할 때 이렇게 말하곤 했다.
“이번 주에 제가 새롭게 배운 것은요…”
그 말을 들은 팀원들은 처음엔 어색해했지만, 곧 서로도 자신이 배운 것을 나누기 시작했다.
조직 전체가 ‘학습하는 팀’이 되었고, 그 팀은 결국 경쟁사를 뛰어넘었다.
결국, ‘배우는 자’가 이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고, 오늘의 정답은 내일의 오답이 되기 때문이다.
‘배움’은 변화에 대한 유일한 생존 전략이자, 팀에게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리더십이다.
그리고 진짜 멋진 대표는 이런 말을 팀에게 던질 줄 안다.
“나는 여전히 배우고 있어. 그리고 너희와 함께 배우고 싶어.”
스타트업 대표가 된다는 것은 단지 회사를 경영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배우는 삶’을 선택한 사람이라는 의미다.
학습을 멈춘 리더는 팀의 성장을 가로막는다.
겸손하게, 기꺼이, 그리고 꾸준히 배우는 자세가 결국 가장 멀리 간다.
아직 늦지 않았다.
오늘 하루, 당신은 무엇을 배웠는가?
- 멘토 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