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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브랜딩은 결국 진심의 전달이다

『스타트업 좌충우돌 멘토링_2』 마흔 여섯번째 글

by 멘토K


“대표님,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왜 우리 서비스를 써야 하는지 감이 안 잡혀요.”


그 말은 테크 스타트업 대표인 윤 대표가 투자사 피칭 후 들은 가장 아픈 피드백이었다.


그는 AI 기반의 SaaS 솔루션을 개발 중이었다. 중소기업을 위한 자동화 도구였고, 기술력도 뛰어났다.


개발진은 전직 대기업 출신이었고, 알고리즘의 효율성은 여러 테스트에서 검증도 받았다. 그런데 왜 반응이 없을까?


윤 대표는 답답함에 내게 찾아왔다.

“멘토님, 아무리 봐도 기술은 확실한데…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요?”


그가 보여준 서비스 소개서에는 전문용어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API 연동', '머신러닝 최적화', '클라우드 기반 인프라 최적화'… 마치 기술 백서를 보는 느낌이었다.


나는 조용히 한마디를 던졌다.

“윤 대표님, 이건 고객이 아니라 개발자에게 말하는 문서 같아요.”


고객은 기술보다 ‘내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가’를 듣고 싶어 한다.


브랜딩은 로고나 색깔, 디자인 이전에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진심 어린 자기소개다.


윤 대표의 서비스가 해결하려는 문제는 무엇인가?


왜 이 문제에 뛰어들게 되었나?.


이걸 해결하면 고객의 삶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그의 눈빛이 흔들렸다.

“사실… 처음 창업 결심을 한 계기는, 우리 아버지 사업이 디지털화에 뒤처져 힘들어지는 걸 보면서였어요.”


바로 그거였다.

윤 대표는 자신의 ‘진심’을 숨긴 채, 기술력으로만 설득하려 했던 것이다.


며칠 뒤, 그는 다시 나를 찾아왔다.

서비스 소개 자료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첫 장에는 ‘왜’ 창업을 했는지가 나와 있었다.

“중소기업 사장님도 데이터 기반으로 경영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기술보다 중요한 건, 기술이 삶을 어떻게 바꾸는가입니다.”


그리고 제품 소개에는 고객 페르소나를 중심으로, 사용자의 불편과 변화된 일상이 담겨 있었다.


그가 만들어낸 기술은 이제, 기술이 아니라 해결책으로 보였다.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테크 스타트업은 종종 브랜딩을 '마케팅 요소'나 '후순위'로 여긴다.


그러나 브랜딩은 단순한 꾸밈이 아니다.

당신이 누구이며, 왜 이 일을 하며,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에 대한 진심의 전달이다.


기술은 복잡할 수 있지만, 진심은 단순하다.

그 단순함이 바로 사람을 움직인다.


멘토링이 끝나며 윤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처음엔 우리가 만든 걸 자랑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그걸로 누구를 도울 수 있을지가 더 중요해졌어요.”


그래, 브랜딩이란 결국 그런 것이다.

고객의 언어로 당신의 진심을 말할 수 있을 때, 그 순간이 바로 브랜드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멘토K의 한마디


기술력은 입증의 영역이지만, 브랜딩은 감동의 영역이다.


브랜딩에 정답은 없다.

그러나 진심은 통한다.


창업자가 먼저 자신의 브랜드에 감동하지 않는다면, 누구도 감동하지 않는다.


- 멘토 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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