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좌충우돌 멘토링_2』 마흔 일곱째 글
“대표님, 브랜딩 강의 들으셨죠? 이젠 대표님도 직접 나서셔야 해요. 대표님의 얼굴과 생각을 알릴 때입니다.”
창업자 H 대표는 순간 굳어버렸다.
그 눈빛엔 수치심인지 두려움인지 모를 감정이 엉켜 있었다.
“제가 나서는 건 좀 부담스러워요. 전 원래 조용히 뒤에서 일하는 스타일이라서요. 저보다 제품이 중요하잖아요?”
맞는 말이었다.
제품이 좋으면 팔려야 하고, 서비스가 좋아야 고객이 다시 찾아오는 법이다.
하지만 시장은 생각보다 냉정하다.
아무리 뛰어난 제품이라도, 고객은 그걸 만든 ‘사람’과 ‘이야기’를 먼저 기억한다.
특히 스타트업일수록, 제품보다 그 제품을 만든 사람이 더 큰 브랜드가 되기도 한다.
초기 창업자는 대부분 이런 고민을 한다.
‘내가 얼굴을 드러내면 평가받을 텐데...’,
‘잘못 말했다가 실수할 수도 있고, 조롱당할 수도 있고...’,
‘그냥 브랜드 계정으로만 운영하면 안 될까?’
실제 어떤 창업자는 자신의 얼굴을 AI 이미지로 대체해 인터뷰를 진행하려 했다.
또 어떤 이는 홈페이지 대표 인사말에 본인의 이름조차 넣지 않았다.
그 마음, 참 이해된다. 스타트업 대표는 매 순간이 불안과 두려움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실패한 창업자의 낙인은 생각보다 오래가고, 한 번 틀리면 다시 기회를 잡기 어렵다는 생각이 마음을 조인다.
그러나 이럴수록 중요한 건 고객과의 관계다.
고객은 점점 더 ‘진짜 사람’을 찾는다.
익명성과 알고리즘의 뒤에 숨은 브랜드보다, 실수하더라도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전하는 사람을 신뢰한다.
몇 년 전, 커피 브랜드 하나가 SNS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커피 맛은 특별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브랜드 대표가 매일 아침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짧은 생각, 진심 어린 일상, 고객과의 댓글 소통이 팬층을 만들었다.
브랜드가 아니라 ‘사람’이 브랜드가 된 케이스였다.
H 대표에게 말했다.
“대표님, 처음부터 완벽하게 보일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약간의 서툼이 사람 냄새를 줘요. 어차피 우리에게는 대기업처럼 광고비도, 인지도도 없습니다. 고객이 우리를 알아주는 유일한 방법은 우리가 먼저 드러나는 것입니다.”
그 말을 들은 H 대표는 결국 결심했다.
처음에는 직원이 대신 글을 써줬지만, 두 번째 주부터는 자신이 직접 썼다. 제품을 기획하게 된 계기, 창업 후 하루하루 버텼던 이야기, 직원들과의 고민들. 진솔한 글에 고객들이 하나둘 반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날, 한 고객이 댓글을 남겼다.
“대표님 글을 읽고, 이 브랜드가 좋아졌어요. 커피보다 사람이 먼저였네요.”
그때 H 대표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이젠 무섭지 않아요. 내가 드러낸 건 상품이 아니라, 진심이었으니까요.”
스타트업에게 브랜딩은 거창한 작업이 아니다.
고가의 광고 영상도, 대행사의 기획안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대표 자신이 누구인지 드러내는 일이다. 창업자의 철학, 고민, 태도는 곧 브랜드의 정체성이 되고, 고객과의 신뢰로 이어진다.
진짜 시작은 제품이 아니라 ‘사람’이다.
그리고 그 사람은, 바로 당신이다.
두려움은 시작의 반대가 아니다. 사실, 두려움은 ‘시작하려는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감정이다.
그렇다면 지금 그 두려움을 느끼는 당신,
이미 시작할 준비는 된 것이다.
- 멘토 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