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좌충우돌 멘토링_2』 마흔 다섯 번째 글
“대표님,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서비스, 제가 고객이라면 쓰지 않을 것 같습니다.”
상담을 하던 스타트업 대표는 그 말에 얼굴이 굳었다.
투자자도 아니고, 경쟁자도 아니었다.
그 말을 한 사람은 멘토링 자리에서 만난 다른 창업자였다.
비슷한 단계에 있는 동료의 피드백이었지만, 말 그대로 쓴소리였다.
대표는 억울한 마음에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열심히 준비했는데 왜 이렇게 폄하하지?”라는 속마음이 얼굴에 드러났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흐른 뒤, 그는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그럼 어떤 점이 가장 불편하셨나요?”
창업자는 누구나 칭찬을 원한다.
“아이템이 좋아 보인다”, “투자 받을 수 있겠다”, “앞으로 잘 될 것 같다”는 말은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꿀 같은 위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그런 말만 듣다 보면 정작 중요한 개선의 기회를 놓친다.
내가 본 많은 스타트업이 무너지는 이유는 쓴소리를 흘려들었기 때문이었다.
고객이 남긴 날카로운 리뷰, 내부 직원이 토로한 불만, 동료 창업자의 거친 조언…
그 속에는 답답하지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의 본질이 숨어 있다.
“대표님, 좋은 피드백보다 무서운 건 없는 피드백입니다. 누군가 관심을 가지고 쓴소리를 해주는 건 아직 기회가 있다는 뜻이에요.”
나는 멘토링 자리에서 그렇게 말하곤 한다.
몇 해 전, 한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을 멘토링한 적이 있다.
초기 고객 확보에 애를 먹던 팀이었는데, 어느 날 첫 유료 고객이 계약을 취소하고 떠났다.
이유는 단순했다.
“사용하기 너무 불편해요. 차라리 다른 도구를 쓰겠습니다.”
대표는 그날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가 택한 선택은 달랐다.
고객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1시간 넘게 불편했던 지점을 듣는 것이었다.
그 피드백은 뼈아팠지만, 바로 다음 버전에서 반영됐다.
몇 달 후, 그는 다시 나를 찾아와 이렇게 말했다.
“멘토님, 그때 떠난 고객이 남긴 쓴소리 덕분에 우리가 완전히 달라졌어요. 이제는 오히려 그 고객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쓴소리가 회사를 바꾸는 순간이었다.
나는 종종 창업자들에게 이렇게 묻는다.
“최근에 들은 가장 아픈 피드백이 무엇인가요?”
대부분은 대답을 주저한다. 불편했던 기억은 빨리 잊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대답 속에 이미 해결해야 할 우선순위가 담겨 있다.
♤ 고객이 가격이 비싸다고 했나요?
그렇다면 가치 제안을 다시 정의해야 한다.
♤ 팀원이 방향성을 믿지 못한다고 했나요? 그렇다면 리더십의 투명성을 점검해야 한다.
♤ 투자자가 시장성이 약하다고 했나요? 그렇다면 시장의 크기와 성장 가능성을 더 치열하게 증명해야 한다.
창업에서 가장 위험한 태도는 ‘나는 맞다’는 확신이다.
반대로 가장 큰 힘은 ‘내가 틀릴 수 있다’는 겸손에서 나온다.
나는 멘토링 자리에서 늘 이렇게 강조한다.
즉시 반박하지 말 것
쓴소리는 방어본능을 자극한다. 그러나 반박하는 순간, 상대의 피드백은 닫힌다.
먼저 “알겠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라고 묻는 게 중요하다.
기록하고 곱씹을 것
아픈 말일수록 머릿속에서 지워버리려 한다. 하지만 반드시 기록하고 다시 읽어야 한다.
때론 시간이 지난 뒤에야 의미가 보인다.
행동으로 바꿀 것
피드백은 듣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다음 액션’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회사의 자산이 된다.
“대표님, 쓴소리를 해주는 사람을 곁에 두세요”
멘토링을 마칠 때 나는 이렇게 정리했다.
“대표님, 오늘 동료 창업자가 해준 말이 불편했을 수 있어요. 하지만 그 말 덕분에 팀이 더 단단해질 기회를 얻은 겁니다. 앞으로도 곁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사람’을 두세요. 그게 최고의 자산입니다.”
대표는 잠시 멈추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제가 듣고 싶었던 말만 듣고 있었네요. 이제는 진짜 필요한 말을 더 귀 기울이겠습니다.”
창업자의 길은 외롭다.
그 외로움 속에서 때로는 달콤한 말보다, 쓰라린 말이 더 큰 힘이 된다.
그리고 나는 멘토로서 그 말을 전하는 역할을 기꺼이 감당하려 한다.
조언보다, 칭찬보다, 가장 쓴소리가 결국 창업자를 바꾼다는 사실을 믿기 때문이다.
멘토 K
“스타트업의 성장은 달콤한 말이 아니라, 가장 불편한 말에서 시작된다.”
- 멘토 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