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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조직문화는 대표의 그림자다

『스타트업 좌충우돌 멘토링_2』 서른 여섯번째 글

by 멘토K


“요즘 애들이 왜 이렇게 말이 없죠? 다들 퇴근만 기다리는 느낌이에요.”


한창 B2B SaaS 플랫폼으로 시드 투자를 받고 본격 채용을 시작한 D대표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는 000 출신 개발자, 초기 스타트업을 여러 번 경험한 마케터, 그리고 대학생 때부터 일해온 인턴까지 다양한 멤버로 팀을 꾸렸다.


문제는 ‘팀’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는 것.

회의는 늘 ‘기획자 vs 개발자’ 구도로 흐르고, 대표는 그 사이에서 중재하느라 진이 빠졌다.

무엇보다 팀원들 사이에 '우리'라는 말보다 ‘걔네들’이라는 표현이 더 자주 들린다는 게 마음을 무겁게 했다.


나는 대표에게 물었다.
“요즘 대표님은 어떤 모습으로 일하고 계세요?”


그는 대답을 망설였다.
“음... 솔직히 요즘은 급하니까 제가 다 직접 하고, 결정도 빨리 내리고 있어요. 사람들 피드백 듣는 것도 일이더라고요.”


그 순간, 나는 조용히 메모지에 이렇게 적어 건넸다.
‘조직문화는 대표의 그림자다.’


대표가 일하는 방식이, 말하는 톤이, 회의에서의 표정이, 피드백을 수용하는 태도가 고스란히 조직의 공기를 만든다.


대표가 수직적이면 조직도 보고체계가 경직된다.
대표가 즉흥적이면 팀도 불확실성을 당연하게 여긴다.
대표가 말 없이 혼자 고민하면, 팀원들도 말을 아끼고 눈치만 본다.


조직문화를 따로 ‘설계’할 수 있다고 믿는 창업자가 많다.
하지만 진짜 문화는 문서가 아니라 습관에서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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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후, D대표가 다시 연락을 해왔다.
“대표님, 그 말이 자꾸 생각나서요. 그림자라는 거요.”


그는 일주일에 한 번 1:1 회의를 만들고, 000 미팅에서는 팀원이 말할 시간을 더 많이 만들었다.

회의록도 대표 혼자 쓰지 않고, 매주 돌아가며 맡기로 했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졌어요. 재택근무 중에도 슬랙 대화가 예전보다 훨씬 자연스러워졌고요.”


나는 그 얘기를 들으며 말했다.
“좋은 문화는 위에서 만들어지지 않아요. 옆에서 퍼져야 하거든요. 대표가 먼저 옆에 있어주는 게 시작이에요.”



멘토K의 작은 팁


대표의 말투, 표정, 회의 스타일이 곧 ‘사내 커뮤니케이션 룰’이 된다.

조직문화는 문구가 아니라 루틴이다. 슬랙, 회의, 피드백 방식 모두가 문화다.

진심은 통한다. 하지만 표현하지 않으면 공기처럼 사라진다.


스타트업은 결국 ‘사람’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사람을 이끄는 건 멋진 비전이 아니라,
함께 일하고 싶은 ‘공기’다.


그 공기의 온도는, 대표가 만든다.


- 멘토 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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