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좌충우돌 멘토링_2』 서른 네번째 이야기
"대표님, 진짜 힘들면 접어야죠."
주변에서 이런 말, 한 번쯤 들어보셨을 거다.
스타트업 생태계는 효율성과 빠른 성과를 중시한다.
‘애자일’, ‘빠른 실패’, ‘MVP 검증’…
모두 맞는 말이다.
하지만, 가끔은 버티는 자만이 볼 수 있는 ‘진실’이 존재한다.
3년 전쯤, 한 ㅇㅇ테크 스타트업 대표가 멘토링을 신청해 왔다.
법인 설립 2년 차, 투자 유치 실패, 공동창업자와의 갈등,
남은 자금은 석 달치 월급뿐.
“이제 그만 둬야 할까요?”
그의 말에 나는 되묻는다.
“최근 가장 많이 들었던 피드백은 뭔가요?”
그는 조용히 대답했다.
“이 기능은 좋은데, ㅇㅇㅇ ㅇㅇㅇ들이 쓸 수준은 아니라는 얘기요…”
‘쓸 수준이 아니다’
이 말 속에 나는 ‘가능성’이 보였다.
“그 말, 다시 곱씹어 보세요.
쓸 수는 있는데, 지금은 아직 아니다는 말 아닐까요?”
그 후 그는 기존의 ‘전국 ㅇㅇㅇㅇ 연동’ 기능을 접고
서울 주요 5개 권역에 한정된 ‘AI 기반 ㅇㅇ 정보 비교 서비스’로 피벗했다.
무려 8개월 동안 B2B 사용자 5명을 직접 인터뷰하고, 그중 2명을 첫 고객으로 전환했다.
놀라운 건 그 이후다.
그 두 고객이 소개한 거래처를 통해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했고,
그 매출 데이터를 근거로 시드투자도 유치했다.
그가 말하길,
“만약 그때 버티지 않았더라면,
‘우리가 만든 기술이 실제로 돈이 되는 경험’을
단 한 번도 못했을 거예요.”
창업은 마라톤이라지만,
사실은 출발선도, 결승선도 불분명한 실험의 연속이다.
단기 매출, 투자 성과, 사용자 수…
이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버틸 만한 명분’과 ‘관찰하는 시선’이 없다면 누구나 흔들린다.
버틴다는 건, 무턱대고 시간만 보내는 게 아니다.
문제의 본질을 직면하고, 미세하게 방향을 조정하며,
사용자 안에서 시그널을 발견하는 '지적 노동’이다.
버틴다고 다 살아남는 건 아니다.
하지만, ‘버티며 진짜를 발견한 사람’은 살아남는다.
아무도 응원해주지 않는 버팀의 시간.
하지만 그 시간 속에만 존재하는 해답이 있다.
그리고 그것은…
성공한 사람만이 아는 비밀이 아니라,
끝까지 해석하고 수정해본 사람만이 얻는 통찰이다.
- 멘토 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