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좌충우돌 멘토링_2』 서른두 번째 글
“멘토님, 지금 이 길이 맞는 걸까요?”
그는 창업 2년 차, 꽤 공을 들였던 서비스에서 완전히 방향을 바꾸려는 결정을 앞두고 있었다.
이미 자금도, 사람도, 시간도 많이 들어간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유저 반응은 기대에 못 미쳤고, 시장은 생각보다 냉정했다.
회의실이 아닌 근처 조용한 카페에서 마주 앉아 그는 커피 잔을 만지작거리며 내게 말했다.
“여기서 돌아서면 그동안 해온 걸 다 부정하는 것 같아요.”
나는 그 말에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돌아서는 게 아니라, 방향을 다시 잡는 거예요.”
스타트업에서 ‘피벗(Pivot)’은 실패가 아니라 진화다.
방향을 바꾸는 건 겁쟁이의 선택이 아니라, 현명한 전략가의 용기다.
중요한 건 처음 아이디어에 얼마나 집착했는지가 아니라, 지금 시장과 고객이 어디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읽고 있는가다.
예전에 멘토링했던 또 다른 대표가 떠올랐다.
그는 ooo용 앱 서비스를 준비했지만, 실사용 oo들 사이에서 ‘oo 간 일정 공유’ 기능에 반응이 왔다.
고객은 그들이 준비한 ‘학습 게임’보다 ‘일정 정리’에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었다. 그들은 과감히 축을 틀었다. Ooo 앱에서 ooo 커뮤니케이션 툴로. 그리고 그 결정은 회사를 살렸다.
피벗을 고민 중이라면, 먼저 자신에게 물어보자.
♤ 고객은 어디서 반응하고 있는가?
♤ 지금의 기능, 비즈니스 모델, 시장 포지션은 고객의 진짜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가?
♤ 이 피벗이 ‘도망’이 아니라 ‘확장’ 혹은 ‘정밀 조정’인가?
그리고 하나 더. ‘내가 이 피벗 후의 방향에 설득당하는가?’
스스로 납득되지 않으면 그건 그냥 흔들림일 뿐이다.
스타트업은 언제나 흔들린다.
흔들리는 건 나약해서가 아니라 탐색 중이기 때문이다.
나침반이 없는 항해에서 바람의 방향을 읽고 돛을 돌리는 건 실패가 아니라 생존 전략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즐겨 하는 말을 그에게도 전했다.
“지금 이 선택이 무섭다면, 그건 아마도 중요한 결정을 내리고 있다는 증거야.
방향을 바꾸되, 중심은 잃지 마세요.”
진짜 무서운 건 흔들리는 게 아니라, 흔들려도 모르는 것이다.
피벗이 필요하다고 느꼈다면, 이미 절반은 준비된 거다.
피벗의 진짜 힘은 ‘다시 시작하는 용기’가 아니라,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이유’를 말할 수 있을 때 나온다.
- 멘토 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