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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제품보다 메시지가 먼저다

『스타트업 좌충우돌 멘토링_2』 서른 한번째 글

by 멘토K


창업자들은 종종 제품 개발에 모든 걸 쏟아붓는다.

기능을 추가하고, 디자인을 고치고, 품질을 끌어올리느라 밤을 지새운다. 그런데 정작 그 좋은 제품이 고객에게 닿지 않는다.

왜일까?


한번은 B2B SaaS를 만드는 초기 스타트업 대표가 찾아왔다.

예약, 정산, 고객관리까지 통합된 아주 실용적인 플랫폼이었다.

기능도 탄탄했고, 몇몇 소규모 업체는 유료로 쓰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왜 우리는 홍보해도 반응이 없을까요?”

제품 소개서부터 광고 문구까지, 하나같이 ‘모든 기능을 제공합니다’, ‘완벽한 관리가 가능합니다’ 같은 문장뿐이었다.

마치 메뉴만 잔뜩 적힌 식당 간판 같았다.


“지금 고객은 ‘기능’을 찾는 게 아니라 ‘말이 되는 이유’를 찾고 있는 겁니다.”
나는 그렇게 이야기하고, 대표를 근처 한 동네 카페로 데려갔다.


이 카페는 점심시간만 되면 줄이 길게 서는 곳이었는데, 특별히 메뉴가 많거나 공간이 넓은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단골이 많았다. 이유가 궁금해 카운터 근처를 유심히 보니, 한쪽 유리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손님이 줄어든 게 아니라, 예약이 편해진 거예요.’


간단한 문장이었지만, 이 카페가 최근 예약 시스템을 도입했음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었다.

사장이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메시지 하나로 고객은 변화된 경험을 눈치채고, 기다림 없이 편리하게 주문할 수 있다는 장점을 이해하게 된다.


“이게 메시지입니다.”
나는 대표에게 말했다.

“당신은 제품을 팔고 있지만, 고객은 ‘이걸 왜 써야 하는지’를 찾고 있어요. 그 이유를 말해줘야 해요.”


그래서 다시 물었다.
“당신 제품을 처음 본 사람에게 단 한 문장으로 뭐라고 설명하겠습니까?”

대표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음… 모든 예약관리를 통합한 솔루션입니다.”


“그건 기능이지, 메시지가 아니에요.”


“그럼… 뭐라고 해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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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노트를 꺼내 조용히 뭔가를 써내려갔다.

그리고 며칠 뒤, 그의 서비스 소개 페이지 첫 문장이 이렇게 바뀌었다.

‘사장님, 오늘은 예약 전화 안 받으셔도 됩니다.’


스타트업의 초기는 ‘제품’을 만들면서 동시에 ‘메시지’를 설계하는 시간이다.

많은 창업자들이 제품을 완성한 뒤에야 메시지를 고민하지만, 사실 방향이 거꾸로다.

시장은 기술이 아니라 ‘의미’에 먼저 반응한다.


“고객이 기억할 한 문장을 먼저 만들라.
그 문장이 당신의 제품을 설명하게 하라.”


그날 이후, 그 대표는 달라졌다.

설명이 길던 자료는 고객의 상황에 맞춘 문장 중심으로 재편되었고, 제안서도 ‘제품 설명서’에서 ‘문제 해결서’로 바뀌었다.


그리고 몇 주 뒤, 그는 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대표님, ‘예약 안 받아도 됩니다’ 이 문장 하나로 미팅에서 고객이 웃더라고요. 반응이 확실히 달라졌어요.”


제품보다 먼저인 것.
그건 메시지다.
그건 결국 고객의 언어로 당신의 존재를 해석하는 힘이다.


- 멘토 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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