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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소비자가 원하는 공간 경험의 변화

『지하도상점가, 변신의 조건』 열 네번째 글

by 멘토K


소비자는 단순히 물건을 사기 위해 매장을 찾지 않는다.

요즘의 소비는 물건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물건을 둘러싼 경험을 사는 것이다.

특히 MZ세대를 비롯한 새로운 소비층은 “나는 어떤 공간에서, 어떤 경험을 하며 소비하는가”를 중요하게 여긴다.

지하도상가가 과거의 영광을 이어가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이 지점에서 경험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첫째, 공간은 더 이상 단순한 판매장이 아니다.

소비자들은 공간 자체를 콘텐츠로 인식한다.

SNS에 올릴 한 장의 사진, 지인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독특한 분위기,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이야기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성수동의 오래된 공장 건물이 카페와 전시장으로 변신했을 때, 소비자들은 단순히 커피를 마시기 위해 간 것이 아니다.

공간의 낯선 대비와 감각적 연출이 경험을 제공했기 때문에 발걸음을 옮겼다.

반면 지하도상가는 여전히 “상품 진열대가 늘어선 통로” 수준에서 멈춰 있다.

공간이 경험이 되지 못하니 소비자가 기억할 이유가 없다.


둘째, 체류 시간을 설계하는 공간이 필요하다.

쇼핑몰이나 복합문화공간은 소비자가 오래 머물도록 카페, 휴식 공간, 체험존을 전략적으로 배치한다.

체류 시간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소비도 늘어난다.

그러나 지하도상가는 여전히 ‘빨리 지나가는 길’로만 설계되어 있다.

의자 하나, 조용히 쉴 수 있는 공간 하나 없는 곳에서 고객은 머물지 않는다.

머무르지 않는 곳에서 경험은 쌓이지 않고, 경험이 없는 곳은 기억되지 않는다.


셋째, 경험과 소비를 연결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현대 소비자는 상품을 고르는 과정조차 재미와 놀이로 받아들인다.

AR 피팅룸, 포토존, 체험형 팝업은 단순한 판매 이상의 가치를 만든다.

해외에서는 지하공간을 활용해 전시와 쇼핑을 결합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일본 오사카의 우메다 지하상가는 ‘지나가는 통로’를 ‘머무는 공간’으로 바꾸기 위해 지역 아티스트 전시와 이벤트를 결합했다. 지하도상가도 이제 이런 연결 장치를 고민해야 한다.


넷째,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아무리 콘텐츠와 이벤트가 많아도 공간이 어둡고 답답하면 소비자는 오래 머물지 않는다.

최근 도심은 차량 중심 구조에서 보행자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지상은 깨끗한 보행환경과 넓은 거리를 제공하며 소비자의 발길을 끌어당긴다.

하지만 지하도상가는 여전히 낡은 조명, 환기 부족, 어두운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소비자가 원하는 공간 경험은 ‘쾌적함과 안정감’을 전제로 한다.


다섯째, 지역성과 스토리를 담는 공간이 필요하다.

소비자는 더 이상 대량생산된 공간에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

지역만의 색깔, 문화, 스토리가 담긴 공간에서 차별화된 경험을 찾는다.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이나 서울 황학동의 리모델링된 빈티지 거리처럼, 기존 공간에 이야기를 덧입히면 소비자는 새롭게 인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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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도상가도 지역과 연결된 콘텐츠를 담아야 한다.

단순히 “저렴한 쇼핑 공간”이 아니라,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로컬 경험”을 제공할 때 다시 살아날 수 있다.


결국 소비자가 원하는 공간 경험의 변화는 단순히 ‘상품을 어디서 사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공간에서 어떤 이야기를 경험했느냐의 문제다.


지하도상가가 다시 살아나려면, 가격보다 경험을, 통로보다 목적지를, 낡은 이미지보다 새로운 이야기를 제공해야 한다.

공간이 경험이 되는 순간, 소비자의 발걸음은 다시 지하로 향할 것이다.


- 멘토 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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