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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규칙과 절차만 강조하는 관리자

『知彼者 心安也』 스물 여知彼者 心安也』 스물 여섯번째 글

by 멘토K


회사라는 조직에서는 다양한 유형의 리더를 만나게 된다.
그중에서도 팀 분위기를 가장 빠르게 바꾸는 사람은, 단순히 ‘까다로운 상사’가 아니라 규칙과 절차만 앞세우는 관리자다.


규칙은 필요하다.
절차도 필요하다.
그런데 어떤 관리자는 규칙을 사람보다 앞에 놓는다.
그래서 직원들은 그의 말을 들으면 내용보다 먼저 긴장이 찾아온다.
마음에 작은 부담이 쌓이고, 일이 익숙해질수록 그 부담은 묵직한 돌처럼 변한다.


이 글은 그 관리자들을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과 일하는 방식에서 내 마음을 덜 소모하기 위한 작은 관찰에 가깝다.



■ 규칙으로만 회사를 운전하려는 관리자


규칙 중심의 관리자는 대체로 이렇게 말한다.

“원래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
“절차대로 다시 하세요.”
“보고는 반드시 이 순서로.”


말만 보면 틀린 내용은 아니다.
정확하다.
문제는 “왜 그렇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설명이 없다는 점이다.
직원들은 이유를 모른 채 틀을 따라야 하고, 그 과정에서 자율성이 빠르게 줄어든다.


한 회사에서는 팀 회의가 늘 50분 안에 끝났다.
왜냐하면 그 관리자는 회의를 ‘몇 분에 시작해 몇 분에 끝내야 한다’는 원칙을 강하게 고수했기 때문이다.
효율을 위한다는 명목이었지만, 정작 중요한 논의는 늘 마무리되지 못했다.
직원들은 그 원칙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 규칙을 강조하는 관리자에게서 자주 보이는 심리


겉으로 보면 그들은 능숙한 관리자처럼 보인다.
항상 정해진 말투, 정해진 문서 양식, 정해진 절차를 좋아한다.
하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규칙을 강조하는 그들의 마음에는 두려움이 있다.


1) 실수에 대한 두려움

관리자가 모든 절차를 강하게 밀어붙이는 건,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순간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일 때가 있다.
규칙은 방패처럼 느껴진다.
“절차대로 했으니 잘못이 아니다”라는 안도감이 그들에게는 중요하다.


2) 예측되지 않는 변화가 부담스럽다

유연성은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요구한다.
상황을 읽고, 선택하고,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관리자는 불확실한 순간에 직면하기보다
이미 정해진 틀 속에서 움직이길 더 선호한다.


3) 통제의 필요

관리자가 직원의 일거수일투족을 규칙으로 묶어두려는 것은
‘내가 이 팀을 관리하고 있다’는 확신을 갖기 위함일 때가 있다.
통제감은 그들에게 안정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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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성원의 마음은 왜 쉽게 지칠까?


규칙 위주의 관리자는 분명 적절한 상황에서는 도움이 된다.
문제는, 팀의 다양한 상황에 ‘하나의 규칙’을 그대로 들이밀 때다.


직원들은 자신의 판단이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낀다.
보고서를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보다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가 더 궁금한데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쉽게 오지 않는다.


그리고 규칙 중심의 문화에서는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보다
문제를 피하는 능력이 더 빠르게 자란다.


그 결과, 팀은 활력을 잃는다.
해야 할 일은 있는데 움직이지 않고,
일을 시도하려다도 “혹시 이거 절차에 어긋나지 않나?”라는 걱정이 먼저 떠오른다.


이런 환경에서는 능력이 좋은 사람도 소극적으로 변한다.



■ 어떻게 관계를 조율할 수 있을까?


규칙과 절차를 고수하는 관리자와 일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감정으로 대응하지 않는 것이다.
그들은 감정적 충돌에서 쉽게 방어적으로 변한다.
따라서 접근의 방향을 조금 달리해야 한다.


① 규칙을 우선 인정하고, 그다음 대안을 제시하기

“이 절차의 취지는 이해했습니다. 여기에 이런 방식도 추가해보면 어떨까요?”
이 말투는 그들의 기본 틀을 해치지 않으면서
작은 변화의 문을 열 수 있다.


② ‘목적’을 중심으로 대화하기

규칙보다 목적을 이야기하면 관리자는 훨씬 마음을 연다.
“이 일정의 목적이 □□라면, 이 방식이 더 근접할 것 같습니다.”
목적은 규칙보다 상위의 언어다.
이 지점을 사용하면 대화가 훨씬 부드럽게 흘러간다.


③ 규칙 안에서 선택지를 제공하기

“절차 A, B 중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면 좋을까요?”
선택지가 생기면 관리자는 통제감을 잃지 않으면서도
상대의 의견을 수용할 여유가 생긴다.


④ 감정이 아닌 ‘정보’를 전달하기

규칙 중심의 관리자에게는 감정보다 데이터가 효과적이다.
“이 절차를 따를 경우 예상되는 시간이 ○○ 증가합니다.”
이런 문장은 방어를 자극하지 않는다.



■ 그들도 누군가에게는 지침이 필요한 사람들


규칙만 강조하는 관리자와 일하다 보면
때로는 답답하고, 어떤 날은 짜증스럽다.
하지만 그들 역시 다른 방식으로 일하는 법을 배우는 중일 수 있다.
누구도 완벽한 리더로 태어나지 않는다.


서로의 다름이 더 분명해지는 시대에
이런 관계 속에서 필요한 것은
조용한 관찰과 작은 조율이다.


규칙은 질서를 만들지만,
사람을 움직이는 건 온도다.


어떤 관리자와도 일해야 하는 현실 속에서
온도를 잃지 않는 사람이
결국 팀을 부드럽게 연결한다.


오늘의 일을 끝내고 나올 때
내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다면
그날의 조율은 충분히 잘한 것이다.


- 멘토 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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