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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목소리 크기로 협상을 밀어붙이는 유형

『知彼者 心安也』 스물네 번째 글

by 멘토K

어떤 협상 테이블에서는 말의 내용보다 목소리의 볼륨이 먼저 들어온다.
상대의 말이 옳은지 그른지는 뒤로 밀리고, 어느 순간 분위기는 ‘누가 더 큰 소리로 말을 주도하느냐’의 문제로 넘어간다.
한쪽은 차분한 설명을 이어가고 있는데, 다른 한쪽은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며 압박을 건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일상에서 이런 장면을 꽤 자주 목격한다.


가게에서 가격 흥정을 할 때,
사무실에서 조율이 어긋날 때,
상가 임대료 협상 자리에서,
심지어 가족 회의에서도.


목소리가 커지는 순간 협상은 논리에서 감정으로 넘어간다.
그 흐름을 읽지 못하면 자칫 상대의 감정에 휘둘려 합리적 판단을 놓치게 된다.



■ 목소리로 압박하는 사람들의 공통 패턴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단순한 ‘성격 차이’보다 구조적인 심리가 숨어 있다.


1) ‘주도권 확보’가 최우선인 사람

협상이라는 단어를 ‘이긴다’와 연결하는 유형이다.
내용보다 먼저 테이블 위의 흐름을 장악하려 한다.
그들은 “상대에게 말할 틈을 주지 않으면 내가 우위에 있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답변을 듣기도 전에 말을 던지거나, 상대가 설명을 시작하려는 순간 목소리를 올린다.


2) 불안이 목소리의 볼륨으로 바뀌는 유형

겉으로는 강해 보이지만, 속에서는 ‘내 의견이 밀릴까’ 하는 불안이 깔려 있다.
이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목소리를 키운다.
단단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흔들릴까봐 미리 소리로 벽을 세우는 방식이다.


3) 감정이 조절되지 않는 사람

협상 자리에 감정을 그대로 끌고 들어오는 유형이다.
앞선 경험의 불만, 상대에 대한 선입견, 자신이 짊어진 스트레스가 모두 목소리에 실린다.
내용보다 감정이 앞서기 때문에 말투도 거칠고 속도도 빨라진다.



■ 실제 현장에서 자주 벌어지는 장면

상가 임대료 협상 자리에서 종종 이런 일이 일어난다.
임대인은 임차인의 요청을 듣기 전에 “여기 임대료 이런 가격 없어!”라고 먼저 외친다.
임차인은 설명할 틈을 얻지 못하고, 분위기는 벌써 ‘언쟁의 자리’가 된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이런 목소리 큰 유형이 협상에서 늘 이기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상대를 지치게 만들 뿐, 신뢰를 잃는 경우가 잦다.


현장에서 일해보면 이런 유형과의 협상은 의외로 단순하다.
감정으로 밀어붙이기 때문에 논리로 되받아치기보다는 흐름을 바꾸는 힘이 필요하다.

ChatGPT Image 2025년 11월 28일 오후 02_33_52.png



■ 목소리 큰 협상가를 다루는 기술

목소리를 키우는 사람에게 똑같이 큰 소리로 대응하면 상황은 악화된다.
작은 불씨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반대로 너무 순하디순하게만 받아들이면 협상 자체가 본질을 잃는다.
중간의 균형을 잡는 것이 핵심이다.


1) 속도를 늦추는 말부터 꺼내기

“잠깐만요, 지금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싶습니다.”
이 한마디만 해도 목소리가 큰 사람의 흐름이 잠시 멈춘다.
멈춤은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주도권의 첫 단계다.


2) 논점만 재정리하는 방식으로 분위기 회복

목소리가 큰 사람은 감정으로 말의 테두리를 흐린다.
그럴 때는 객관적인 문장으로 대화를 다시 잡는다.
“그러니까 정리하면, ○○ 부분에 대한 조율이 필요하다는 말씀이시죠?”
대부분 이 말에 큰소리는 줄어든다.
구조화된 언어는 즉흥적 감정을 누그러뜨리는 힘이 있다.


3) 감정이 아닌 ‘조건’으로만 이야기하기

소리가 커져도 조건은 사실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조건 중심으로 말하면 협상을 다시 차분하게 돌릴 수 있다.
“임대료는 지난 3년 평균 시세를 기준으로 설명드릴게요.”
이렇게 말하는 순간 감정 대신 사실이 테이블 위로 올라온다.


4) 침착한 태도가 오히려 상대의 에너지를 빼앗는다

목소리를 키우는 사람은 상대가 흔들릴 때 더 기세가 오른다.
그러나 상대가 흔들리지 않을 때는 오히려 본인이 지친다.
그래서 침착함은 방어가 아니라 협상의 전략이다.



■ 목소리 큰 사람이 협상을 지배하지 못하는 이유

큰 소리의 효과는 짧다.
처음엔 분위기를 가져오는 듯 보이지만,
조금 지나면 주변 사람들도 그 방식이 내용이 아닌 ‘압박’에 가깝다는 것을 느낀다.
신뢰가 빠르게 떨어지고, 그 사람의 말은 점점 영향력을 잃는다.


특히 반복될수록 상대는 다음 협상에서 같은 자리를 피한다.

‘불편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생기면 협상력이 아니라 고립이 생긴다.현장에서 보면, 목소리를 키우는 유형은 단기적으로 이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가장 불리한 위치에 선다.



■ 서로의 마음을 소모하지 않는 협상법

협상은 결국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라,
향후 관계를 어떤 모양으로 유지할 것인가의 문제로 이어진다.
당장의 합의보다 더 중요한 것이 ‘다음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분위기’다.


목소리 큰 유형을 만났을 때 중요한 것은 두 가지다.

첫째, 감정에 끌려가지 않는다.
상대의 볼륨이 내 판단을 흔들게 해서는 안 된다.


둘째, 흐름을 되찾는 기술을 익힌다.
정확한 정리, 차분한 속도, 조건 중심의 언어.
이 조합은 감정에 끌려가는 협상을 다시 중심으로 돌려놓는다.


사람은 목소리로 세상을 설득하려 들 때가 있다.
하지만 관계는 목소리로 유지되지 않는다.
결국 협상은 목소리를 키우는 사람이 아니라,
흐름을 읽고 마음의 진폭을 스스로 조절하는 사람이 주도한다.


목소리가 커지는 순간이 찾아오면
그 소리를 이기려고 애쓰기보다
흐름을 바꾸는 힘을 떠올리면 좋겠다.
협상은 그 순간부터 다시 사람이 중심이 된다.


- 멘토 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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