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너무 많은 걸 말하려 하지 마라!

『스타트업 좌충우돌 멘토링_2』 오십 다섯번째 글

by 멘토K

“열심히 설명했는데 왜 팀은 더 혼란스러워질까?

스타트업 멘토링 현장에서 자주 마주하는 함정, ‘너무 많은 말’.

이 글은 멘토K의 실제 멘토링 에피소드를 통해 왜 말을 줄여야 팀이 움직이는지, 스타트업 멘토링의 본질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멘토링을 하다 보면 나 스스로에게 가장 자주 던지는 질문이 있다.
“지금 내가 돕고 있는 걸까, 아니면 말로 덮고 있는 걸까?”


어느 날, 세 명이 함께 온 초기 스타트업 팀을 만났다.

대표는 PPT를 켜자마자 숨 돌릴 틈도 없이 말을 쏟아냈다. 시장 이야기, 기술 이야기, 투자 이야기, 향후 확장 전략까지. 20분쯤 지났을까. 슬라이드는 아직 절반도 못 왔는데, 팀원들의 눈빛이 서서히 흐려지기 시작했다.


나는 조용히 말을 끊었다.
“잠깐만요. 지금 이야기 중에서, 오늘 가장 답을 얻고 싶은 질문 하나만 골라보면 뭐가 될까요?”


대표는 잠시 멈췄다가 이렇게 말했다.
“사실… 저희가 지금 잘 가고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 한 문장이 나오자 상황이 정리됐다.
그동안의 설명은 ‘문제 정의’가 아니라 ‘불안의 나열’이었다는 게 드러난 순간이었다.


스타트업 대표들은 대체로 성실하다.
그래서 더 많은 걸 말하려 한다.
빠짐없이 설명해야 이해받을 것 같고, 많이 보여줘야 설득될 것 같다고 믿는다.
하지만 멘토링 현장에서 경험상, 너무 많은 말은 거의 항상 반대의 결과를 만든다.


그날 나는 슬라이드를 모두 닫게 했다.
그리고 질문 하나만 남겼다.
“지금 가장 흔들리는 지점은 어디인가요?”


대표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말했다.
“고객을 계속 만나고는 있는데, 이게 맞는 고객인지 확신이 안 듭니다.”


그제야 멘토링이 시작됐다.
시장 규모도, 기술 로드맵도, 투자 전략도 잠시 내려놓고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 이야기에만 집중했다.
누구를 만났는지, 어디서 만났는지, 어떤 질문을 던졌는지.
이야기가 단순해지자 팀원들의 표정도 다시 살아났다.


멘토링에서 중요한 건 많이 아는 것이 아니다.
적절한 순간에 말을 멈추는 것이다.
팀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을 남겨두는 것이다.


나는 멘토링을 하면서 일부러 ‘말하지 않는 연습’을 한다.
조언이 떠올라도 바로 꺼내지 않는다.
대신 질문을 던진다.

“그 선택을 했던 이유는 뭐였나요?”
“그 장면에서 고객 표정은 어땠나요?”


신기하게도 답은 대부분 팀 안에 이미 있다.
다만 말이 너무 많아서, 그 답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날 멘토링이 끝날 무렵, 대표가 말했다.
“오늘 특별한 해답을 들은 건 아닌데, 머릿속이 훨씬 정리된 느낌입니다.”

나는 그 말이 참 좋았다.
멘토링은 해답을 주는 시간이 아니라, 생각을 정리해주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초기 창업자는 늘 불안하다.
그래서 설명이 길어진다.
설명이 길어질수록, 정작 핵심은 흐려진다.
아이러니하지만, 말을 줄일수록 메시지는 또렷해진다.


멘토도 마찬가지다.
경험이 쌓일수록 하고 싶은 말은 많아진다.
하지만 좋은 멘토링은 ‘얼마나 많이 말했는가’가 아니라
‘팀이 스스로 한 문장을 얻어 갔는가’로 결정된다.


나는 멘토링이 끝난 뒤 스스로를 점검한다.
오늘 내가 한 말 중, 꼭 필요했던 말은 몇 개였는지.
굳이 하지 않아도 됐을 말은 무엇이었는지.


스타트업 멘토링은 강의가 아니다.
설득의 자리도 아니다.
함께 생각을 덜어내는 자리다.
불필요한 말, 과도한 설명, 정답처럼 포장된 조언을 하나씩 내려놓는 과정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다짐한다.
너무 많은 걸 말하지 말자.
팀이 자기 목소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한 발 물러서자.


말을 줄이는 순간,
스타트업은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한다.


- 멘토 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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