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좌충우돌 멘토링_2』 오십 여번째 글
“대표님, 솔직히… 저 이제 그만두려고 합니다.”
한참을 말없이 바라보던 그 대표의 눈빛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날 그는 고개를 숙인 채 한참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손등 위로 떨어지는 커피 한 방울처럼, 그의 눈빛은 조금씩 젖어가고 있었다.
처음 그를 만난 건, 2년 전 겨울이었다.
당차게 앱 기반의 리워드 광고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찾아왔던, 서른 초반의 창업자. 당시에도 주변에서 말렸다. 이미 시장은 포화 상태였고, 광고주 유치는 비용 대비 효과가 낮았다.
그런데 그는 달랐다. 시장 분석은 부족했지만, 고객 인터뷰는 수백 건 넘게 해왔고, 앱 운영 시뮬레이션을 직접 돌려가며 MVP를 만들어왔다. 무엇보다 눈빛이 진지했다. 그때부터 ‘이 친구, 실패해도 한 번은 끝까지 가보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더 가혹했다.
팀원은 하나둘 빠져나갔고, 개발자는 도중에 손 털고 나가버렸다. 혼자서 디자인부터 CS까지 다 해보며 버티던 그가 어느 날 문득 찾아와 “이제 포기하려 한다”고 말했을 때, 나는 되묻지 않았다.
다만 그에게 한마디 건넸다.
“지금 그만두면, 다음에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요?”
그는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모르겠다’고 했다.
그날 우리는 함께 커피를 마시며, 몇 가지를 정리했다. 내가 무슨 정답을 주겠다는 건 아니었다. 다만 나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대표님은 ‘끝’이라 생각하지만, 진짜 끝은 포기할 때가 아니라, 무의미하다고 느껴질 때예요. 지금 힘든 건, 그만큼 의미를 찾으려 하고 있기 때문이니까. 그렇다면 아직 안 끝난 겁니다.”
그리고 6개월이 흘렀다. 믿기 어려웠지만, 그는 다시 앱을 런칭했고, 이번엔 틈새시장을 정확히 공략했다. 수익은 미미했지만, 소규모 광고주들의 충성도가 높았다. 그는 매일 10곳 넘는 광고주에게 전화를 돌리며, 피드백을 메모했고, 기능을 업데이트했다. 매출은 조금씩 늘었다.
그리고 1년 후, 그 앱은 어느 대기업의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에 선정되었고, 첫 외부 투자도 유치하게 된다.
그가 내게 처음 찾아왔던 그날을 생각하며, 나는 지금도 가끔 그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그날 포기하지 않아서 고맙다”고.
나는 멘토링을 하며 많은 창업자들을 만난다. 그들 중 누군가는 정말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지만 실행력이 부족하고, 어떤 이는 실행력은 넘치는데 방향을 못 잡는다. 하지만 결국 끝까지 살아남는 사람의 공통점은 딱 하나다.
‘포기하지 않는 사람’
그들은 환경 탓을 하지 않는다. 사람을 탓하지도 않는다. 때로는 자신을 탓하면서도 다음 날 다시 일어난다. 울면서도 다시 회의실에 앉는다. 아무도 안 와준 런칭 쇼케이스 현장에서 혼자 테이블을 정리하면서도, 다시 다음 기획안을 꺼내든다.
나는 그런 장면을 숱하게 봐왔다. 그리고 확신한다.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은 실력이자 태도라는 것을.
창업이란,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말보다, 무언가를 ‘견뎌낸다’는 말이 더 정확할지 모른다.
견딘다는 건 단순히 시간을 버티는 것이 아니다. 의미를 찾으며 버티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의미’를 붙들고 매일매일 쌓아나간 사람이 결국 살아남는다.
그 친구에게 나는 요즘도 가끔 말한다.
“이제는 당신이 다른 누군가에게 ‘그날 포기하지 마’라고 말해줄 차례예요.”
멘토링의 진짜 보람은, 누군가가 다시 일어서는 걸 곁에서 지켜볼 수 있는 특권에 있다. 그리고 그 ‘다시’는 언제나, 무너지려던 그 순간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러니 지금 포기하고 싶은 당신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다.
당신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기억하자.
포기하지 않았기에, 지금이 있다.
- 멘토 K -